다산네트웍스 남민우 회장 
 잘 외우는 것, 일 잘하는 것과 전혀 무관 
 “성과 내는 직원 지방대ㆍ2년제 출신 많아” 
 요즘 젊은이들 커뮤니케이션 능력 떨어져 
 “공감, 소통 능력 있어야 시너지 생겨” 
다산네트웍스의 남민우 회장이 12일 판교 본사 집무실에서 벤처 정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다산네트웍스 제공

홍수환이 권투계에서 4전5기 신화를 썼다면 다산네트웍스 남민우(57) 최고경영자는 기업계의 4전5기 신화로 유명하다. 물론 7전8기한 기업인도 없진 않겠지만 남 회장은 부침이 심한 ICT기업을 운영하면서 IMF, 벤처거품 붕괴, 수익성악화, 글로벌 금융위기 등 부도 일보직전까지 갔다가 극복한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이를 강조한다. 성공 보다는 실패가, 안주하기 보다는 도전이 더 많은 교훈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닥창’(닥치고 창업)주의자다. 벤처인들은 그런 남 회장을 ‘영원한 벤처인’으로 부른다.

남 회장은 1993년 다산 정약용 선생의 호를 따 벤처기업 다산기연을 세웠다. 선비이면서도 거중기를 개발해 수원화성(華城)을 조기 완성한 것을 벤처정신의 시작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의 벤처 정신은 대우자동차를 6년 만에 박차고 나와 중소기업에 취업하면서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그는 틀에 박히고 기득권에 익숙한 대기업에서는 미래를 찾기 어렵다고 보고 과감하게 중소기업에서의 도전을 결심한 것이다.

남 회장은 “2년 동안 사회가 이렇게 냉정하고 무섭다는 걸 처음 알았다. 뒤통수 맞고 거짓말에 당하고 정말 힘들었다”면서도 “중소기업은 열악하다 보니 혼자 다 해야 한다. 너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 경험은 ‘닥창’의 논리적 토대가 됐다. 남 회장은 “창업을 하면 인생을 다르게 생각하게 된다”면서 “수 없는 문제에 부딪치고 해결해야 한다. 창업 1년이면 학교에서 10년 배운 것보다도 훨씬 낫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학에서 창업을 경험하도록 했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닥창’ 정신은 자연스럽게 예비 벤처인 또는 직장 초년생에 대한 조언으로 이어진다.

그는 “요즘 젋은이들은 공부만 해 소통,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 공부만 하지 말고 어울려 놀았으면 좋겠다. 커뮤니케이션 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면서 “외우는 능력은 기업에서 전혀 필요 없다. 소통을 해야 부서간 협업도 이뤄지고 아이디어도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 회장은 “실제로 우리 회사에서 성과를 내는 직원 중에는 지방대, 또는 2년제 출신이 많다”고 증언했다. 공부 잘하는 것과 일 잘하는 건 별개라는 게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론이다.

그는 ‘닥창’ 주창자지만 그렇다고 창업의 위험성을 경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이 정말 창업에 적합한 사람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면서 “실패했을 때 돌아오지 못할 정도로 모든 걸 걸어서 창업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 빚 내서 창업하지 말고 아이디어로 창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절대 망하지 않는 방법이 있다. 그건 버는 것 보다 덜 쓰는 것이다”고 농담했지만 이것 역시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뼈 있는 농담이다. 실제 그는 IMF 때 오퍼상을 하면서 진 부채를 갚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프로그래머로 일하면서 오히려 돈을 벌어 오기까지 했다. 그의 미국 생활이 어땠을 지는 충분히 상상이 간다. 그는 거기서도 향후 인터넷 시장이 급성장 할 것을 예견하고 국내로 돌아와 인터넷 네트워크 장비사업에 착수했다.

 
 ‘판교가 실리콘밸리와 경쟁’은 과도한 발상 
 거대기업 틈에서 낚아챌 수 있는 것 찾아야 
 “창업하면 인생 배우고 다르게 생각할 수 있어” 
 리더는 위기 때마다 현명한 결정 내려야 
 “사익 말고 회사와 상생 앞세우는 결단 필요” 
남민우 회장이 축구동호회 경기에서 볼을 다투고 있다. 다산네트웍스 제공

CEO로서 직원 사랑도 남다르다. 다산네트웍스 본사는 지하 2층에 500평 규모의 피트니스센터를 운영 중이다. 대기업인 네이버보다도 크고 좋다. 판교에서는 단연 최대 규모고 전국 대기업을 다 따져도 이곳보다 넓고 좋은 곳은 찾기 어렵다는 게 업계 평가다. 최고급 장비를 보유한 헬스클럽 외에도 미니농구장, 골프연습장, 스쿼시장, 폴댄스장까지 웬만한 시설은 다 갖추고 있다.

축구동호회에서 활동하고, 매년 여름 패러글라이딩을 즐길 만큼 스포츠맨이기도 한 그는 “직원에 대한 복지지만 우리 직원과 같은 건물 타사 직원에게 몇 만원의 이용료를 받는다”면서 “회원이 1,000명이 넘어 복지시설임에도 큰 유지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짜 복지는 낭비지만 소액의 비용부담은 복지도 효율적으로 만든다는 말이다.

그는 “1층 카페도 커피가 1,000원이다. 직원들에게 책상에서 졸지 말고 커피숍에 가서 동료, 선후배들과 차라리 떠들라고 권한다”면서 “떠들면서 소통하다 보면 아이디어도 생기는 법이어서 출근하자마자 커피숍에 가는 직원이 있어도 뭐라 안 한다”라며 웃었다.

남 회장은 벤처기업을 대하는 정부나 자치단체의 역할에 대해서도 소회를 밝혔다. 그는 “정부와 경기도가 판교테크노파크를 만든 것은 정말 잘한 일이고 고마운 일”이라면서도 “판교를 만들어 미국 실리콘밸리나 중국벤처단지랑 경쟁하겠다는 발상은 과도하다. 그들 틈바구니에서 그들이 놓치는 것 중 뭘 낚아챌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도자나 CEO가 정말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일은 고비 때마다 현명하고도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면서 “지금 그런 결정을 내리는 리더를 보기가 어렵다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최근 500억원 매출 규모의 독일 키마일을 인수해 유럽 판매망 강화에 나선 남 회장은 “골리앗 경쟁사인 중국 화웨이에 대한 국제사회 보이콧이 심해지면서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면서 “나스닥 상장사인 존테크놀로지로 미국시장, 이번에 카마일로 유럽시장 확대에 나설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기업풍토에 대한 쓴 소리도 잊지 않았다. 2016년 존테크놀로지즈를 나스닥에 우회 상장한 경험과 노하우를 다른 기업에 기꺼이 공개해 도움을 주려 했던 김 회장은 “어울리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 애플이 뜨면 금새 실리콘밸리의 다른 기업도 그 수준으로 따라온다. 이직이 자유롭고 개방적이기 때문이다”면서 “판교도 집적효과를 내려면 좀더 개방적이고 협업적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방지다고 할지 모르지만 나 잘되자고 기업을 운영한 적이 없다. 인수합병으로 위기를 돌파할 때마다 회사를 먼저 생각했다”는 그는 “어떻게 보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법을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지 못할 뿐이다. 그건 사익보다는 회사를 앞세우고, 혼자보다는 상생을 생각하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범구 기자 ebk@hankookilbo.com

 남민우 회장은 

1962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전주고,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대우자동차를 다니다 퇴사한 뒤 중소기업을 거쳐 1991년 코리아레디시스템을 설립해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1993년 다산네트웍스의 전신인 다산기연을 설립하고 1998년부터 인터넷 네트워크장비 국산화에 착수했다. 미국 존테크놀로지를 인수, 나스닥에 상장시키고 올초 독일 키마일을 인수해 유럽시장도 개척했다. 벤처기업협회장과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10여개 계열사를 보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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