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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지렛대 효과와 깡통주택

입력
2019.02.14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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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서는 돈을 빌리는 것을 레버리지(leverage)라고 한다. 지렛대(lever)는 대못을 뽑거나 큰 물건을 들어올릴 때 지렛목에 걸쳐 사용한다. 지렛대를 사용하면 작은 힘을 몇 배 이상으로 증폭시킬 수 있다. 적은 돈으로 빚을 내서 집을 살 때도 지렛대 효과를 본다고 한다. 원금 2억원으로 은행에서 8억원을 빌려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는 방식이다. 빚을 얻어 가진 돈의 5배나 되는 지렛대 효과를 본 셈이다. 고대 그리스의 과학자 아르키메데스는 “지렛대와 지렛목만 있으면 세상도 들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

□ 기업 경영에서도 지렛대 효과는 흔히 있다. 차입금을 지렛대처럼 이용해 적은 자기자본으로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인다. 재벌들이 기업을 키웠던 방식이다. 경제성장률이 높은 시기에는 차입금을 늘려도 충분히 갚을 만큼 이익이 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하지만 갑자기 불황이 닥치면 얘기가 달라진다. 부도 위험이 높아지고 차입금 갚기도 어려워진다. 주택 구입도 마찬가지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발생했던 미국의 경우 2009년에 주택의 20% 가량이 ‘깡통주택’으로 전락했다.

□ 주택가격이 하락할 때 주택을 팔아도 원금은커녕 주택담보대출금도 갚을 수 없는 경우를 깡통주택이라고 한다. 전세 관행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을 합친 금액이 주택가격을 넘어서면 깡통주택이다. 주택을 처분해도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줄 수 없으니 ‘깡통전세’가 된다. 우리나라 전세부채 규모는 750조원으로 위험 수위에 육박한다. 서울 일부와 지방에서 ‘깡통전세’가 나타났다. 이미 1998년 외환위기 직후와 2010년 세계 금융위기 직후에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해 사회적 문제가 됐다.

□ 금융을 뜻하는 영어 단어 파이낸스(finance)는 라틴어 피니스(finis)에 뿌리를 두고 있다. 남아있는 빚을 완불해 완전히 청산하는 ‘최종 지불이나 청산’을 뜻한다. (‘금융의 모험’, 미히르 데사이 저) 채무 관리를 철저히 한다는 의미겠다. ‘갭투자’ 등 투기심리 때문에 깡통주택이 발생한다. 호황기에 레버리지를 이용해 시세 차익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호황은 지속될 수 없고, 있는 재산마저 날리고 빚더미에 오르는 경우도 주변에 흔하다. 지금처럼 주택과 전세 가격이 동시에 추락하면 피해자가 속출하기 마련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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