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글로벌 비즈 리더] 15초 꿀잼 동영상 앱 틱톡으로 세계를 홀리다

알림

[글로벌 비즈 리더] 15초 꿀잼 동영상 앱 틱톡으로 세계를 홀리다

입력
2019.02.16 10:00
12면
0 0

 장이밍 바이트댄스 창업자 

장이밍 바이트댄스 창업자는 뉴스서비스 '진르터우탸오'를 넘어 이용자가 원하는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지향한다고 말한다. 바이트댄스 제공
장이밍 바이트댄스 창업자는 뉴스서비스 '진르터우탸오'를 넘어 이용자가 원하는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지향한다고 말한다. 바이트댄스 제공

배경음악과 가벼운 특수효과, 문자가 포함된 15초 분량의 짧은 영상, 이른바 ‘쇼트클립’ 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소셜미디어 어플리케이션(앱) ‘틱톡(TikTok)’이 10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중국 시장에선 더우인(抖音)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틱톡은 한국에 2017년 11월 정식 진출했고 지난해엔 아시아를 넘어 북미와 유럽으로 확장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 앱을 개발한 기업은 7년 전 설립된 중국 스타트업 바이트댄스(Bytedance)다. 바이트댄스의 창업자 장이밍(張壹鳴)은 35세의 젊은 나이에 틱톡의 성공을 이끌며 세계 인터넷망의 유행을 선도할 수 있는 유망기업 수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큰손도 주목한 ‘15초의 마력’ 

지난해 9월 스타트업 전문매체 CB인사이트는 바이트댄스의 가치가 750억달러를 상회하며 미국의 승차공유서비스 우버를 제치고 가장 가치 높은 스타트업이 됐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세쿼이아캐피털, KKR, 제너럴애틀랜틱 등 유력 투자기업이 바이트댄스에 투자했으며 스타트업 투자계의 큰손 소프트뱅크도 15억달러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해외 언론들이 일제히 바이트댄스와 틱톡에 대한 보도를 쏟아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틱톡이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에서 오래도록 잊혔던 ‘즐거움’을 되살려냈다고 평했다. 스팸 광고와 낚시, 혐오 발언과 괴롭힘, 거짓 정보가 난무하는 인터넷 공간에서 마음을 편히 내려놓고 순수한 코미디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틱톡에서 코미디 영상을 업로드하며 팔로어 65만명을 거느리고 있는 창작자 빌리 만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틱톡을 “일종의 탈출구”라고 표현했다. “세상이 불타고 있는 것을 보는 이들에게 (틱톡은) ‘바보 같은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안전한 도피처다.” 틱톡의 원산지인 중국 이용자의 반응도 비슷하다. 20대 언론인 타오 니는 “웨이신(위챗)은 일터나 마찬가지고, 웨이보(트위터와 유사한 서비스)는 쉽게 지치지만, 더우인(틱톡)은 그렇지 않다”며 그 이유로 15초짜리 짧은 영상을 무제한으로 공급하는 점을 들었다.

틱톡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그럴싸한 영상을 쉽게 만들 수 있는 툴을 제공해 참여를 유도한다. 자신의 영상에 배경음악을 깔고, 제공된 템플릿과 필터 효과를 붙이면 흥미로운 영상을 제작하는 데 오랜 시간이 들지 않는다. 커뮤니티 기능을 통해 기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볼 수 있는 ‘챌린지’ 형태의 이벤트도 수시로 벌어지고, 이는 다시 인터넷 밈(memeㆍ유행 요소)이 돼 틱톡 외부로도 전파된다. 자연히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 창작자도 많다.

하지만 틱톡 이전부터 이용자에게 최적의 콘텐츠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바이트댄스 창업자 장이밍의 일관된 개발 철학 역시 성공에 한몫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트댄스의 강점으로 거론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틱톡에도 적용됐기 때문이다. 틱톡의 경우, 이용자가 주로 보는 영상의 핵심 요소를 AI가 인물의 행동과 음성, 음악, 문자 등으로 분석한 후 이와 유사한 성격을 지닌 쇼트클립을 끊임없이 이용자 앞에 던져 주는 방식으로 ‘지루할 틈 없는 중독성’을 제공한다. 자연히 이용자의 이용시간이 늘 수밖에 없다.

 

틱톡 창작자들은 모바일 포맷에 최적화한 짧은 세로 영상을 통해 자신의 활동을 공유하고 소통한다. 틱톡 제공
틱톡 창작자들은 모바일 포맷에 최적화한 짧은 세로 영상을 통해 자신의 활동을 공유하고 소통한다. 틱톡 제공

 ◇틱톡의 앞길 튼 터우탸오 

틱톡은 바이트댄스의 첫 성공작이 아니다. 이전까지 바이트댄스의 대표 성공작은 모바일 뉴스 앱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ㆍ오늘의 헤드라인, 흔히 터우탸오로 줄여 부름)’였다. 최근까지만 해도 바이트댄스라는 기업명보다는 터우탸오라는 서비스명이 더 유명했고, 바이트댄스 역시 터우탸오를 중심으로 브랜딩해 왔다. 터우탸오가 인기를 모은 과정을 보면 틱톡의 성공 비결이 상당 부분 터우탸오라는 전례를 따라 갔음을 알 수 있다.

장이밍은 중국 난카이(南開)대에서 소프트웨어공학을 전공한 후 여행 전문 사이트 쿠쉰(酷訊)과 부동산 전문 사이트 지우지우팡(九九房) 등을 거쳐 2012년 터우탸오를 설립했다. 중국 언론의 보도를 인용한 포브스의 2017년 기사에 따르면, 장이밍은 터우탸오와 같은 뉴스 플랫폼을 2008년부터 구상했다. 당시 중국에선 관영언론을 중심으로 작성된 딱딱한 기사가 언론을 지배했다. 중국의 모바일 이용자들은 정부의 통제와 불친절한 검색엔진 때문에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지 못했다.

장이밍은 여러 업체를 거치며 이용자가 원하는 맞춤형 정보 제공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2017년 글로벌 투자사 GGV캐피털의 공개 행사에서 장이밍은 “개발자로서는 한정된 사고 유형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사업가가 되고 나서는 더 많은 이들을 만나고, 더 많은 경험에 노출됐다. 이제는 우리의 이용자와 그들의 경험을 이해하고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이밍의 승부수는 AI를 활용한 맞춤형 뉴스 큐레이션이었다. 터우탸오는 뉴스 서비스로 출발했지만 기본적으로 인간 편집자가 없다. 대신 AI가 이용자의 위치와 주로 보는 뉴스의 내용 등을 바탕으로 개인의 성향과 관심을 도출하고, 이용자가 관심 있어 할 만한 뉴스를 추천한다. 2017년 인터뷰에서 장이밍은 이를 “우리는 요청(pull)이 아니라 뉴스 추천을 통해 정보를 선제 제공(push)한다”는 식으로 표현했다.

또 터우탸오가 제공하는 콘텐츠에는 언론보도 외에도 가벼운 이야기나 만화, 스트리밍 방송, 퀴즈 등이 포함된다. 2013년 들어서는 ‘터우탸오하오’라는 개인 계정 서비스를 도입해, 기관이나 단체뿐 아니라 일반인도 창작자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면서 콘텐츠 다양성을 더욱 강화했다.

이런 콘텐츠를 배치할 때 유명인이나 대형 기관이라고 해서 우선순위가 부여되지 않는다. 오로지 독자의 성향만이 콘텐츠 추천 여부를 결정한다. 소비자에게 정보를 안내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정말로 필요한 정보를 주자는 것이다. 터우탸오는 콘텐츠 제공자를 적극 지원하고 인기가 있을 경우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도 도입해 창작자를 더욱 끌어 모았다.

 ◇철저한 현지화로 국제적 성공 

이처럼 터우탸오는 장이밍의 목표이자 개발 철학이라 할 수 있는 ‘이용자 중심의 콘텐츠 플랫폼’을 구현해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그 성공에 주목한 중국 IT업계 3강, 이른바 BAT(바이두ㆍ알리바바ㆍ텐센트)가 비슷한 앱을 개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바이트댄스는 뮤지컬리(musical.ly)와 콰이쇼우(快手)로 대표되는 중국 안팎의 쇼트클립 유행에 주목하면서 후오샨(火山), 시과(西瓜), 더우인 등 3개의 쇼트클립 앱이 탄생시켰다. 이 가운데 가장 성공한 것이 더우인, 즉 틱톡이었다.

바이트댄스는 나아가 중국의 대표 채팅 앱인 텐센트의 위챗마저 사실상 포기한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하며 국제적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다. 바이트댄스는 해외 진출을 할 때 중국에서 검증된 기존 앱의 이점은 가져가되 적극적으로 현지화를 하는 마케팅을 구사한다. 실제로 더우인은 해외에서 틱톡이 됐고 터우탸오는 탑버즈(TopBuzz), 후오샨은 비고비디오(VigoVideo)가 되는 식이다. 얼핏 보면 바이트댄스의 앱이 중국에서 개발됐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고객도 많다.

적절한 인수합병도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됐다. 미국에서 인기를 끌던 틱톡과 유사한 앱 뮤지컬리는 2017년 바이트댄스에 인수됐다. 이 인수로 짧은 영상과 음악을 공유하는 SNS라는 공통점 때문에 뮤지컬리를 모방했다는 논란을 잠재웠다. 뮤지컬리 앱은 지난해 8월 틱톡에 그대로 병합됐는데, 이 덕분에 뮤지컬리의 이용자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미국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틱톡의 성공은 이제 페이스북과 스냅챗 등 미국 IT기업을 긴장시키기까지 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틱톡과 유사한 ‘라소(Lasso)’를 개발했고 스냅챗도 틱톡을 연상시키는 ‘음악 필터 챌린지’를 진행하는 등 틱톡의 도전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리서치기업 모펫네이선슨은 지난 2일 발행한 보고서에서 한때 10대 인터넷 이용자의 문화를 주도했던 스냅챗이 틱톡과의 경쟁에서 10대 이용자를 잃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이밍은 2017년 GGV캐피털 공개 행사에서 “중국에서 경쟁자가 없는데 해외로 나가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세상이 넓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의 지평이 넓어지며, 삶이 더욱 흥미로워지기 때문”이라며 “터우탸오가 구글처럼 국경 없는 기업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