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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올랐어도 자격요건 그대로... 보금자리론 이용자 2년 새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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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올랐어도 자격요건 그대로... 보금자리론 이용자 2년 새 반토막

입력
2019.02.14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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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한 시민이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을 지나가고 있다. 뉴스1
11일 한 시민이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을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지난해 3월 서울 광진구에 있는 20평형대 아파트를 6억1,000만원에 구입한 정모(36)씨.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낮은 보금자리론을 알아봤던 그는 이내 포기하고 은행 문을 두드렸다. 보금자리론 대출 자격요건 중 집값 기준이 현실과 딴판이었기 때문이다. 현행 보금자리론은 담보 주택의 가격(매매ㆍ감정가 등)이 6억원 이하일 때만 이용이 가능한데, 정씨가 집을 살 때나 지금이나 서울 시내에서 이 정도 가격에 집을 사기란 쉽지 않다. 정씨는 “20년 된 오래된 아파트인 데다가 운 좋게 급매물을 잡았는데도 보금자리론을 이용하지 못해 은행에서 연 3.5%대 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는 정책 금융상품인 보금자리론 이용자 수가 2년 새 반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력이 부족해 상대적으로 싼 집을 찾게 되는 서민들을 집중 지원하겠다며 재작년 대출 가능한 집값의 상한선을 낮췄건만,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면서 보금자리론이 ‘그림의 떡’이 돼버린 탓이다.

[저작권 한국일보]최근 3년간 보금자리론 이용 현황_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최근 3년간 보금자리론 이용 현황_김경진기자

13일 보금자리론을 운영하는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2016년 11만2,000명이었던 보금자리론 가입자 수는 이듬해 8만4,000명으로 뚝 떨어진 뒤 지난해 1~3분기엔 4만 2,000명으로 급감했다. 통상 4분기에는 이사 수요가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가입자 수는 2년 전과 비교해 절반 이상 감소했을 가능성이 크다. 같은 기간 대출금액도 14조4,000억원에서 5조2,000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하는 보금자리론은 금리(이달 기준 연 2.85~3.20%)가 시중은행보다 저렴한 데다 고정금리로 대출 받을 수 있어 요즘 같은 금리 인상기에 유리하다. 그럼에도 보금자리론 실적이 뒷걸음질 친 것은 2016년 금융위원회가 “서민층 실수요자 중심으로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2017년 대출자부터 보금자리론 자격 요건을 강화한 영향이 크다. 당시 금융위는 보금자리론 대상 주택 가격을 종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추고, 대출한도 역시 5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였다. 9억원이 넘는 집은 소득세법상 고가주택에 해당돼 서민 금융을 지원하는 보금자리론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주택 가격 기준을 6억원으로 정하는 과정에선 당시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5억6,000만원)가 고려됐다. 그러나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며 상황은 달라졌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의 주택 평균가격은 6억7,680만원,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8억1,595만원이다.

제도 개편 취지가 어그러진 셈이지만 정부는 가계대출 부담 증가 우려 등을 들어 보금자리론 기준을 다시 완화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금자리론 이용자가 줄긴 했지만 디딤돌대출이나 적격대출 등 다른 서민금융 상품으로 수요가 이동했을 수도 있는 만큼 당장 문제 삼긴 어렵다”고 말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도 “집값이 비싼 서울과 달리 지방에서는 지금의 대출 기준으로도 원활하게 집을 구할 수 있다”며 “가계부채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서울 집값만 생각해 보금자리론 대출 기준을 완화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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