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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라스트오더’ 오경석 대표 “마감세일하는 착한 식당들… 음식쓰레기도 확 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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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라스트오더’ 오경석 대표 “마감세일하는 착한 식당들… 음식쓰레기도 확 줄죠”

입력
2019.03.04 04:4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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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로의 이성재, 오경석, 이성재, 황현지씨(왼쪽 두 번째부터). 이들은 “마트에서 습관적으로 마감할인 상품을 찾는 것처럼 라스트오더가 생활앱으로 자리잡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재훈 기자
(주)미로의 이성재, 오경석, 이성재, 황현지씨(왼쪽 두 번째부터). 이들은 “마트에서 습관적으로 마감할인 상품을 찾는 것처럼 라스트오더가 생활앱으로 자리잡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재훈 기자

“돼지갈비 지금부터 마감세일! 딱 다섯 분만 모십니다.”

매일 저녁 백화점, 대형마트 식품관에서 벌어지는 이 풍경을 동네식당에도 적용하면 어떨까. ‘마포구 상암동 ○○피자집 30% 할인’, ‘관악구 신림동 ○○○감자탕집 20% 할인’하는 식으로. 퇴근 무렵 동네마다 마감세일 하는 음식점이 있고, 이들 음식점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면?

2017년 8월 문을 연 ㈜미로는 이런 상상을 현실에 옮긴 기업이다. 미로가 만든 모바일 응용소프트웨어(앱) ‘라스트오더’는 매일 오후 5시면 동네 음식점의 마감세일 정보를 알려준다. 서울시내 강서, 마포, 영등포, 서대문, 동작, 용산, 은평, 관악 등 7개 지역 식당 800여곳이 이 앱을 통해 마감세일을 진행한다. 최근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서 만난 오경석(34) 미로 대표는 “앱 ‘라스트오더’를 전자상거래 정도로 인식하는 분들이 많다. 동네식당에서 버려지는 식재료,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든 사회적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에 선정되면서 다날·소풍(SOPONG)을 비롯한 대기업의 투자금도 10억여원 유치했다.

오 대표의 전직은 MBC 스포츠 프로듀서(PD). “콘텐츠를 통해 누군가에게 새로운 정보를 주고, 판단에 영향일 미치고 싶었다”는 그는 “취재 분야 PD로 입사 후 교양, 스포츠 프로그램 등을 만들었다. 그러던 중 ‘역직구(해외 쇼핑객이 국내 온라인 상거래를 하는 것)의 달인’을 취재하다가 창업에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아직 확실한 사업 아이템은 없던 2017년 초, 독일 출장에서 식당 할인 중개 앱 ‘투굿투고(Too Good To Go)’를 만났다. 그리고 아귀찜을 팔아 자신을 키워낸 어머니와, 팔다 남은 반찬으로 자주 저녁을 해결했던 유년시절을 떠올렸다. ‘투굿투고’의 한국형 모델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사표를 썼고, 멀쩡한 직장 그만뒀다는 어머니의 잔소리를 들었다.

오씨가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겠다고 마음먹은 후, 맨 처음 찾은 사람은 대홍기업 광고기획자였던 대학 동기 이성재(34)씨였다. 프리젠테이션의 달인인 이씨는 각종 창업 지원금 공모에 제출할 제안서를 오씨 대신 써주다 아예 신생기업에 합류했다. 미로의 마케팅팀장이 된 그는 “빼빼로 텔레비전 광고를 만들었다. 파급력도 크고 보람도 있지만 광고는 기본적으로 상업적이다. 창업 하고 싶다,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터라 이 회사에 합류했다”고 소개했다. 오 대표는 정부산하의 한 정책연구원에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정책자금 투입 효과를 분석하던 후배 황현지(31)씨에게 다시 “스타트업을 겪어보지 않는 이가 정책을 만들면 탁상행정”이라는 논리로 회사 합류를 권했다. 이렇게 세 사람이 모두 모인 건 2017년 12월 경. 지난해 4월 오 대표는 개인사업체를 법인으로 바꿨다.

미로의 오경석 대표, 황현지 기획팀장, 이성재 마케팅팀장(왼쪽부터). 서재훈 기자
미로의 오경석 대표, 황현지 기획팀장, 이성재 마케팅팀장(왼쪽부터). 서재훈 기자

‘투굿투고’의 한국형 모델 만들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우선 한반도의 음식 종류가 유럽에 비해 너무 다종다양했다. 1인분씩 파는 유럽의 식당과 달리 족발, 보쌈, 매운탕 등 여러 명이 함께 먹는 음식이 많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했다. 결정적으로 24시간 영업이 부지기수인, 개폐장 시간이 유동적인 한국에서는 이렇다 할 ‘라스트 오더(마지막 주문)’ 시간대가 없었다. 오 대표는 “처음에는 위치기반 정보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선보였다. 마포구에 사는 사람한테 회사 근처인 중구 식당 마감세일 정보가 뜨는 부작용이 생기더라. 장소, 음식 종류, 가격대 등 소비자가 카테고리를 지정하도록 시스템을 바꿨다”고 덧붙였다.

신생기업이라 가맹점을 유치할 때도 어려움이 컸다. 황현지 미로 기획팀장은 “1인 가구 많은 관악구에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일대 음식점을 다 돌아다녔다. 처음에는 문 두드린 식당 30개 중 1개꼴로, 포기할 때쯤 가맹점 계약하는 식당이 나왔다. 서비스가 생소하다 보니 가격을 낮추면 브랜드 이미지가 저렴해진다는 이유였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마감세일 하는 식당은 잔반을 재사용하지 않는 착한 식당’이라는 논리로 점주들을 설득했고, 학생 신혼부부 1인가구가 많은 관악구를 테스트 베드로 시작해 동작, 영등포, 마포, 용산으로 서비스 범위를 차차 넓혔다.

최근 라스트오더의 하루 평균 실이용자 수는 1,000명대 수준. 등록 고객의 재구매율이 50%를 넘는다. 오 대표는 “이제 전통시장 좌판 가게 등 제휴를 먼저 요청하는 곳도 생겼다. 올해는 가맹 지역을 서울 전 지역과 경기·인천까지 늘리고 제품군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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