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유엔 대북제재 완화 거부감 속 북이 추가 비핵화 조치 대가 요구 
 방북 허용 땐 北안전 이미지 구축… 경제에 목매는 김정은 숨통 터줘 
 
11일 북한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전국노농적위군지휘성원열성자회의. 연합뉴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이 비핵화 상응 조치로 대북제재를 완화할지 여부를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북미가 제재 완화의 사전 조치 격으로 미 국민의 방북금지 해제를 논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당장 제재망을 풀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 관광객 및 기업가의 북한 입국 조치가 경제 발전에 목매달고 있는 북측의 숨통을 터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정부가 다음 달 예정된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77) 로저스홀딩스 회장의 방북을 승인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6~8일 평양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에서 북측은 추가 비핵화 조치의 대가로 경제적 보상책을 미국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재 완화뿐만 아니라 미 국민의 방북 허가 문제 같은 상당히 구체화된 방안도 거론됐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 소식통은 “북한 입장에서는 석유 반입제한 등 유엔 안보리 제재를 푸는 게 급선무겠지만 미국이 완고히 버티는 상황에서 한 단계 낮은 수준의 요구도 같이 내놓았을 것”이라며 “미 국민 방북 허용은 북미관계 개선의 일환이면서도 관광 수익 증대 등 경제적 이익으로 직결될 수 있는 조치여서 북측이 선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 또는 사업활동 목적의 미 국민 방북이 허용될 경우 북측으로서는 단순한 북미관계 개선 이상의 실익을 얻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 국민 입국이 가능해진다면 북한 땅이 안전하다는 이미지가 구축돼 다른 서구 국가 국민들의 방문도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며 “북한 주력사업인 관광업 재개가 가능할 뿐 아니라, 기업가 방문 시 직접적인 교역은 아니더라도 투자의사 타진, 컨설팅 제공 등을 통해 북측이 경제발전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입장에서도 과거 베트남과 국교 정상화 당시 ‘미 국민의 베트남 그룹여행 허용’을 초기 조치로 단행한 전례가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지난해 12월 인도적 지원 목적의 미 국민 방북 재검토 방침을 밝히며 “북한 정부가 두 달 전 억류된 미국인을 신속히 추방함에 따라 미 정부는 북한을 여행하는 미 국민의 안전에 대해 더욱 확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2017년 9월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사건을 계기로 발효한 북한 여행금지 조치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미 정부가 최근 로저스 회장의 방북을 승인한 점도 북한 여행금지 조치 해제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로저스 회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을 받아 3월 중 북한을 찾을 예정이며 미국도 허가를 내줬다. 로저스 회장은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히는 인물로, 지난달 국내 매체에 출연해 “남북한에 엄청난 기회가 오고 있다. 북한에 정말 투자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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