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12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기소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연루 판사들에 대한 추가 징계 착수 입장을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 내부통신망을 통해 “전직 대법원장 등이 재판을 받게 된 상황에 대해 사법부를 대표해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검찰 최종 수사 결과를 확인한 뒤 추가적인 징계 청구와 재판 업무 배제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나락으로 떨어진 사법부 신뢰 회복을 위한 지극히 당연한 조치다.

검찰 수사가 마무리 단계라고 해서 사법농단 사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만으로 모든 걸 덮고 넘어갈 수는 없다. 11일 추가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공소장에는 100명이 넘는 판사 이름이 나온다. 사법농단에 직접 연루된 판사들이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재판 업무를 진행할 경우 어느 국민이 판결에 수긍할 수 있겠는가. 다소의 진통이 따르더라도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 조치가 필요하다.

김 대법원장이 추가 징계를 약속했지만 그간의 행태로 보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지금까지 사법농단으로 징계받은 법관은 8명에 불과하고 그나마 ‘솜방망이’에 그쳤다. 대법원이 징계를 미적대면서 상당수 판사의 징계시효도 이미 지났다. 법관 징계시효가 3년인데 사법농단이 주로 2015년에 발생해 적잖은 문제 판사들이 그물망을 빠져나갈 판이다. 대법원이 징계의지 없이 시간만 끈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으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하다. 검찰의 최종 수사결과를 기다릴 게 아니라 징계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해 하루라도 빨리 절차를 밟아야 한다.

국회의 현직 판사 탄핵소추도 시급하다. 더불어민주당은 12일 탄핵소추 범위를 5,6명 수준으로 정하고 2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법부 독립 침해 논란을 의식해 대상자를 최소화한 것은 유감이나 신속한 처리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판사들에 대한 단죄도 시급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관료적이고 폐쇄적인 사법제도와 문화의 개선이 절실하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 개혁에 필요한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만큼 말에 그칠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달라진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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