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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이 조양호 총수일가를 향해 다양한 경영 개선 요구를 하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에 ‘정면 대결’을 선언했다. 강성부 펀드가 요구한 주주제안 사안을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정하자고 한 것이다. 예상 밖의 한진 측 반격에 강성부 펀드는 대응 전략을 고민하며 일단 숨을 고르는 모양새다.

한진그룹은 12일 “강성부 펀드의 주주제안을 향후 이사회에 상정해 절차에 따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강성부 펀드는 지난 1월 31일 한진칼과 한진에 주주제안서를 보내면서 이달 11일까지 제안 수용 여부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한진칼에는 감사 1인, 사외이사 2인, 사내이사 1인 선임, 이사 및 감사 보수한도 승인 등 6개 안건 상정을 요구했다.

그룹 관계자는 “애초 강성부 펀드의 주주제안에 입장을 표명하지 않기로 했으나, 전날 밤 늦게 입장을 선회했다”며 “2대 주주인 강성부 펀드와 서로 협력할 부분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진그룹의 태도 변화는 현행법상 강성부 펀드의 제안을 무작정 거절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주총 표 대결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과 강성부 펀드 지분을 합쳐도 18.15%로, 조양호 회장 측과 10%포인트 넘게 차이가 난다”며 “정관 변경에는 주주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해 강성부 펀드가 주총에서 이길 가능성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강성부 펀드는 즉각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향후 전략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주주제안이 한진 이사회에 올라가게 됐으니 이를 관철시키는 게 강성부 펀드의 다음 목표가 됐다”며 “이를 위한 세밀한 전략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진그룹 주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느냐가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강성부 펀드는 지난달 공개 제안한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중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부문 분사’ 주장이 “사실상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하려고 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에 맞닥뜨리자, 국내ㆍ외 항공우주산업을 비교하는 각종 수치를 제시하며 “항공우주사업부문 분사가 오히려 대한항공의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주장을 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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