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당내 일부 의원의 5ㆍ18 폄하 언행은 명백한 허위 주장임을 확인했다”며 당 윤리위원회에서 엄중히 다뤄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8일 북한군 개입설의 진상규명을 빙자한 5ㆍ18 공청회에서 ‘폭동’ ’유공자 괴물’ 등의 망언이 쏟아진 지 나흘 만에 지도부가 진상조사 결과와 함께 내놓은 조치다. 현실과 역사의 법정이 ‘민주화운동’으로 판결하고, 정부가 국민적 합의로 매년 기념행사까지 치러온 역사적 사건을 정략적으로 난도질한 소속 의원의 행태를 사실상 묵인해온 당 지도부가 뒤늦게 몸을 낮춘 것인데, 말 그대로 만시지탄이다..

김 위원장은 전날까지만 해도 “당내에 여러 견해 차와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고 그것이 보수 정당의 생명력”이라며 김진태ㆍ이종명ㆍ김순례 의원 등 5ㆍ18 망언 파문 당사자 제명을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에 ‘우리 당 문제’라며 냉소적 태도를 취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 운운한 나경원 원내대표의 기조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서청원ㆍ김무성 의원 등 보수 중진은 물론 서정갑ㆍ조갑제 등 당외 우파 인사까지 “보수 진영을 조롱거리로 만들었다” ”천안함 폭침의 북한 배후를 부정하는 언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하자 화들짝 놀란 기색이 역력하다.

때문에 김 위원장은 먼저 “5ㆍ18은 한국 자유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민주화운동이라는 것이 우리 당 입장”이라며 “한국당은 개인적 신념으로 5ㆍ18 정신과 진실을 왜곡하거나 폄하하는 어떤 시도도 단호히 배격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39년에 걸쳐 근거 없다고 확인된 북한군 개입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은 보수를 넘어 국민을 욕보이는 행위”라며 “부적절한 공청회로 깊은 상처를 입은 5ㆍ18 영령 및 유족, 광주시민에게 거듭 사과한다”고 말했다.

한국당과 당사자들이 진작 이렇게 대처했으면 파문이 그토록 번지진 않았을 것이다. 보수 진영에 큰 실망을 안긴 전당대회 당권 경선 파행도 매사 눈치보며 뒷북친 비대위가 자초한 것이다. 당 윤리위가 27일 새 지도부 선출 전에 가동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리더십의 한계가 드러난 비대위보다는 새 지도부가 5ㆍ18 파문을 책임지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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