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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내우외환에 근심 깊은 ‘혁명 4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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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내우외환에 근심 깊은 ‘혁명 40년’

입력
2019.02.12 16:02
수정
2019.02.12 21:5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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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수백만 거리로 나와 “미국에 죽음을”

13, 14일 바르샤바에서는 ‘반이란 정상회담’ 열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11일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 혁명 40주년 기념식에서 군중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테헤란=로이터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11일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 혁명 40주년 기념식에서 군중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테헤란=로이터

안으로는 시민의 아우성, 밖으로는 미국의 압박…. 내우외환에 빠진 이란이 11일(현지시간) 이슬람 혁명 40주년을 맞았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 전역에서 기념식을 열고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경고와 함께 민심 결집에 나섰다. 그러나 미국 주도 경제제재로 피폐한 민생과 13, 14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반(反)이란 정상회의’ 때문에 정권 내부로는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공화국 수호” 목소리 높인 로하니

“미국ㆍ이스라엘에 죽음을!” 군중의 목소리가 커졌다. 비오는 이란 수도 테헤란 아지디 광장에 수만명이 모여들었다. 시위대는 반미ㆍ반이스라엘ㆍ반사우디 구호를 외치며 테헤란 중심가를 행진했다. 40년전 혁명을 주도했던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초상화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적들이 우리는 넘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란을 고립시키려는 미국 제재는 공화국을 분열시킬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력시위도 감행했다. 이틀 전 이란의 지하 미사일 시설을 공개한 데 이어, 이날은 사거리ㆍ파괴력 개선 등 미사일 전력 증강작업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란 군부의 경고는 더욱 험악했다. 이란혁명수비대 야돌라 자바니 국장은 “미국이 공격할 경우 이스라엘 텔아비브와 하이파를 지도에서 없애겠다”고 주장했다.

국영 언론들도 이슬람 혁명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데 앞장섰다. 방송사들은 1979년 혁명 기록영상을 연달아 방영했다. 지역 라디오들도 이슬람 성가를 계속 방송했다. 아자디 광장으로 향하는 도로변엔 국가주의적 노래가 어린이들의 목소리로 울려 퍼졌다. 전국에서 수백만명이 거리로 나왔다고 이란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시민들 역시 이슬람 정부에 대한 충성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은 “이슬람 공화국이라는 원칙에 충성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이란 혁명 40년은 부패ㆍ억압ㆍ테러의 세월이었을 뿐”이라고 조롱했다. 불과 2년 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분노와 화염’, ‘핵단추’를 언급하며 협박하던 구도가 재연된 것이다.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오른쪽)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왼쪽) 이란 외무장관이 11일 레바논 베이루트 정부청사에서 만나 군사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베이루트=AP 연합뉴스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오른쪽)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왼쪽) 이란 외무장관이 11일 레바논 베이루트 정부청사에서 만나 군사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베이루트=AP 연합뉴스

◇주변국 움직임은 심상찮아

하지만 이란과 로하니 정권을 둘러싼 국제정세는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우선 미국 제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유엔의 대량살상무기 조약을 무시하고 경제 제재를 재개, 이란의 석유기반 산업을 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중동 지역에서 미사일 등 이란의 군사적 영향력을 축소하는 데 맞춰져 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이 지난달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는 방안을 만들어냈지만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바르샤바 반이란 회담을 앞두고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공세도 높아지고 있다. 베냐민 네타나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회담이 “미래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반이란 진영의 선봉장인 사우디도 같은 입장이다. 하지만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10일 “(미국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시작부터 실패할 것이 뻔한 회의”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나섰다.

이란 시민들이 11일 이란 혁명 40주년 기념일을 맞아 테헤란 도로를 행진하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이란 시민들이 11일 이란 혁명 40주년 기념일을 맞아 테헤란 도로를 행진하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엇갈리는 이란 시민들

미국의 제재 탓에 물가 폭등에 시달려 온 이란 시민들은 혁명기념일에도 기쁘지 않다. 일부는 혁명기념일에도 아자디 광장 한편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시민들은 정권에 맞서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명 기념 집회에 나간 시민 중 일부도 “정부와 공무원들의 부패는 척결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이란 변혁 활동가인 하산 아사디 제이다바니는 “민주주의적 체제를 발전시키는 데에 부족함이 있기 때문에 ‘정권 교체’가 ‘이슬람 공화국’에 위협으로 느껴지는 것”이라며 “편의주의적 발상에서 벗어나서 법치주의로 전환하는 것이 외부의 압박에 대항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물론 혁명 옹호 세력도 여전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에 굴복하지 않았다면 경제적 위기에 마주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 압박에 강경하게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민들도 많다고 11일 보도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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