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12일 ‘2월 경제동향’을 통해 4개월 연속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며 경기 부진 장기화를 우려했다. KDI는 지난해 9월 경기 진단에서 ‘개선’을 뺀 뒤 10월에는 ‘정체’를 사용했다가 11월부터는 계속 ‘둔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올해 1월부터는 연속해서 ‘경기 둔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경기 침체 정도를 나타내는 표현의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는 것이다.

이달 들어 경기 둔화는 생산과 수요, 즉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KDI는 분석했다. 생산 측면에서 반도체, 보건 및 사회복지를 제외한 대부분 광공업과 서비스업 증가세가 미미하고 건설업은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수요 측면에선 내수와 수출 모두 위축됐고, 특히 제조업 재고율이 크게 증가하고, 설비투자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 단기간 내 경제 활력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인데, 우울하지만 냉정한 평가다.

전날에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미중 무역전쟁, 금융 긴축,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중국 경기 둔화 등을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4대 먹구름’으로 규정하면서 “구름이 너무 많으면 한 번의 번개만으로도 폭풍이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경기 둔화에 세계 경제 위기까지 덮칠 경우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경제 활력 회복은커녕 깊은 침체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지 않도록 정부가 선제적으로 모든 정책적 가용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절실한 이유다. 한미 금리 역전, 높은 가계부채 증가율 등 때문에 금리인하 같은 양적완화 정책을 펴기 힘든 상황에서 정부가 상반기 예산 집행액을 역대 최고 수준인 65%로 끌어올리기로 한 것은 불가피한 대응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장기 침체 추세를 되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기업의 투자 확대를 일으킬 환경 조성, 산업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 개혁이 재정 집행과 함께 신속히 추진돼야 한다. 규제혁신 관련법, 빅데이터 3법, 바이오산업 육성 관련법, 혁신벤처 차등의결권 도입 관련법 등의 국회 처리가 절실한 이유인데, 2월 임시국회가 정쟁으로 언제 열릴지 알 수 없다는게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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