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5년 만에 희생 학생 250명 명예졸업식
12일 오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2학년 250명의 명예졸업식이 열린 단원고 강당에 주인공 없는 꽃다발과 앨범, 명예졸업장이 놓여 있다. 임명수 기자

“이게 마지막이겠다 싶어 아들 교복을 입고 왔어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때 희생된 단원고등학교 학생 250명(미수습 학생 2명 포함)의 명예졸업식이 열린 12일 오전 단원고 강당에서 만난 고(故) 신호성 군의 어머니 정부자(52)씨의 말이다.

정씨는 이날 생전 아들이 입고 다녔던 교복을 입고 나왔다. 와이셔츠와 넥타이, 바지와 자켓은 물론 왼쪽 가슴에 ‘신호성’이라는 명찰까지 달았다.

정씨는 “아들이 살아 있다면 졸업식에 교복을 입고 가지 않았겠느냐”며 “아들이 졸업식에 참석할 수 없어 그 느낌이라도 전해주고 싶어 입고 나왔다”고 했다.

그는 옆에 있던 지인들과 인사하며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아들에 대한 그리움이 컸는지 이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아들의 명예졸업식에 아들이 입었던 교복을 입고 온 2학년 6반 신호성군 엄마 정부자(52)씨가 다른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그는 "이제 마지막이겠다 싶어 교복을 입고 왔다"고 했다. 임명수 기자

이날 명예졸업식은 ‘노란 고래의 꿈으로 돌아온 우리 아이들의 명예졸업식’으로 엄숙하게 진행됐다.

학생들의 이름이 붙은 파란색 의자에는 아이들 대신 엄마와 아빠들이 앉았다. 엄마 아빠 무릎 위에는 명예졸업장과 환하게 웃는 모습만 담긴 앨범이 든 노란 보자기, 꽃다발이 놓였다.

엄숙한 졸업식장은 10여 분만에 울음바다가 됐다. 희생 학생들을 기리는 묵념이 끝난 후 양동영 단원고 교장이 250명의 학생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면서다.

“2학년 1반 고해인, 김민지, 김민희…” 스크린에 사진과 함께 아이들의 이름이 나오고, 양 교장이 이를 호명하자 엄마들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딸의 이름이 불리자 오열한 엄마도 있었다.

아이들의 명예졸업장은 2학년 7반 전찬호군의 아빠 전명선 전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대표로 받았다.

전 전 위원장은 “학생복을 입고 친구들과 함께 했어야 할 졸업식장에 사랑하는 아들딸들 없이 엄마 아빠들이 공허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앉게 됐다”며 “오늘의 이 자리를 통해 별이 된 우리 아들딸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잊지 않기를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안산 단원고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2학년 250명의 명예졸업식이 진행되던 중 한 엄마가 아들의 명예졸업장을 보며 흐느끼고 있다. 임명수 기자

이날 졸업식에 참석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부모님들 뵙고 인사 드리겠다 생각하고 왔는데 어떤 말씀을 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아직 우리가 해결해야 많은 일이 남아 있고, 부총리로서,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세월호 참사 후 5년 만에 명예졸업식이 열린 것은 유족들의 요청에 의해서다.

아이들이 사고 후 이유 없이 제적처리 됐다가 다시금 명예를 찾았고, 2016년 교육부 훈령인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이 개정돼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 등에 학생들의 학적이 ‘재학’ 상태로 복원됐기 때문이다.

유경근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저희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는 것 외에 위로가 되는 것은 없다”며 “일방적으로 제적 처리하는 관행이 끝나야 한다는 의미로 명예졸업식을 열게 됐다. 여전히 아프지만, 어렵지만 이것으로 작은 위안을 삼고자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졸업식이 끝난 뒤 엄마아빠들은 명예졸업장과 앨범이 든 노란 보자기를 꼭 껴안은 채 아이들이 잠들어 있는 안산 하늘공원으로 향했다.

안주현 군 어머니 김정해(49)씨는 “아이한테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졸업장 보여주러 추모공원으로 바로 갈 것”이라며 “아직도 4ㆍ16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모들이 있는데 손가락질보다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때 희생된 안산 단원고 2학년 250명의 명예졸업식이 열린 12일 오전 단원고 4층 강당에서 고 안주현군 엄마 김정해(49)씨가 아들의 앨범을 펼쳐 보이고 있다. 임명수 기자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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