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사법농단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서울중앙지법 신설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은 12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ㆍ고영한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건을 중요사건(적시처리 사건)으로 지정하고, 형사합의부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에 배당했다. 법원은 사법농단 관계자들과 재판부의 연고관계, 업무량(사건처리 건수) 등을 고려해 일부 재판부를 배제한 뒤, 나머지 재판부 사이에서 무작위 전산배당했다고 밝혔다.

사상 최초로 전직 대법원장을 단죄할 형사35부는 지난해 11월 형사34ㆍ36부와 함께 만들어진 신설 재판부다. 당시 법원은 기존 13개 형사합의부 재판장 중 사법농단 관계자들과 함께 일한 이들이 많아 무작위 배당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재판부를 늘렸다. 앞서 기소된 임 전 차장 사건 또한 신설 재판부인 형사36부(부장 윤종섭)에 배당돼 심리 중이다.

형사36부 재판장인 박남천 부장판사는 전남 해남군 출신으로 중경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뒤 사법연수원 26기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 재판부에서 일하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종북 단체라고 주장한 인터넷 보수 매체에게 손해배상금 100만원을 물린 적이 있다. 사법농단 사태를 주도했던 조직인 법원행정처에 근무한 경력은 없고, 양 전 대법원장 등과 개인적 인연이나 친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변호인이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조사 방법을 정하는 첫 공판준비기일은 다음달에나 열릴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사실이 47개로 방대한 데다, 수사기록이 수십만 쪽에 달해 변호인단이 자료를 확인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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