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돼지를 실물로 볼 기회가 거의 없을 만큼 돼지는 우리와 단절되어 있다. 플리커

하긴 현대인은 살아있는 돼지를 실물로 볼 기회가 거의 없다. 식재료가 된 돼지 신체의 일부를 고사용 돼지머리, 족발, 간, 순대 등으로 만나거나 돼지저금통으로나 만날까. 오히려 곰돌이 푸의 소심한 친구 피글렛이 실제 돼지보다 친숙하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나도 농장을 하시던 할아버지를 만나러 갔다가 실물을 처음 접했다. 생각보다 거대한 돼지를 보고 적지 않게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후로는 일 때문에 찾았던 동물원이나 테마파크에 전시된 새끼돼지를 본 정도다. 실제 돼지는 이처럼 우리와 단절되어 있다.

사람들이 알만한 돼지 관련 단어는 대부분이 가축으로서의 돼지에서 유래했다. 픽사베이

사람들이 알만한 돼지 관련 단어도 대부분 가축으로서의 돼지이다. ‘공장식 축산’이라는 단어나 어미 돼지가 새끼를 임신하고 수유를 하는 동안 갇혀 사는 철제 우리인 ‘스톨’이라는 단어가 그렇다. 초기 로마 시대에도 돼지를 먹이고 살찌우는 기술을 가리키는 ‘포르쿨라티오’(Poruculatio)라는 단어가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먹이고 살 찌운 돼지의 간은 동물학대 요리로 비난을 받는 거위 간 요리 ‘푸아그라’처럼 최고의 진미로 여겨지기도 했다.

<대단한 돼지 에스더>의 주인공인 에스더와 책의 작가 중 1명인 데릭 월터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에스터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이처럼 우리에게 식재료, 가축으로 익숙한 돼지를 사실 서양에선 반려동물로도 키웠다. 아마도 돼지의 높은 지능과 귀여운 외형 덕분일 것이다. 보기 드물지만 지금도 돼지를 반려동물로서 함께 지내는 사람들도 있다. <대단한 돼지 에스더>는 반려돼지와 함께 사는 생활을 소개하는 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돼지와 함께 살게 된 인간이 어디까지 변화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파티를 좋아하는 두 남자가 돼지와 살게 된 후 겪게 된 첫 번째 변화는 베이컨을 먹지 못하게 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였으면 삼겹살을 먹지 못하게 되는 것과 비슷할 테니 대단한 변화이고 결심이다. 이후로는 다른 고기, 우유도 먹지 않고, 가죽 옷, 가죽 신발도 입지 않고 신지 않는다. 자기 옆의 에스더는 이렇게 행복한데 행복하지 못한 동물에게서 착취한 것들을 소비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두 남자는 자기들만 변한 게 아니라 행복한 돼지 에스더의 모습을 SNS에 소개하면서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육식 소비를 줄이는 큰 변화를 일으킨다.

현재 나는 채식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인간에게 착취당하는 가축들 영상을 보면서 채식 의지를 다지는 건 고통스럽다. 그럴 때면 오히려 에스더의 SNS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에스더가 코로 땅을 파헤치고, 넓은 땅에서 여유롭게 어슬렁거리며 인간, 개, 고양이, 칠면조 등 종이 다른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육식의 욕구가 슬며시 꺼진다. 다른 돼지도 에스더처럼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아주 단순한 생각 때문이다.

돼지해인 올해, 사람들이 고통 받는 돼지보다 행복한 돼지의 모습을 더 많이 보길 바란다. 에스더 페이스북 갈무리

돼지해인 올해, 사람들이 고통 받는 돼지보다 행복한 돼지를 많이 보는 해가 되면 좋겠다. 꿈에서 돼지를 보면 복이 들어오는 길몽이라고 하는데 육식을 좀 줄여서 현실에서도 행복한 돼지가 많은 세상에 일조한다면 그게 복 짓는 게 아닐까.

돼지에게는 두 개의 심장이 있다고 한다. 처음 듣는 말이라고? 돼지의 심장 하나는 가슴에서 뛰고, 나머지 하나는 코끝에서 뛴다. 돼지의 코를 자세히 보라. 심장을 거꾸로 한 딱 그 모양이다. 그래서 돼지는 코로 흙을 파며 자연의 기운을 흡수하고, 코로 인사하는 모양이다. 에스더가 함께 사는 가족들에게 코를 비비는 건 사랑한다는 표현이라고 했다. 심장이 코에서도 뛰는 이 멋진 동물이 행복해지려면 우리의 변화가 필요하다.

김보경 책공장 더불어 대표

<대단한 돼지 에스더>, 스티브 젠킨스 외, 책공장더불어

<돼지의 발견>, 새러 래스, 뿌리와이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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