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두 재판 병합 여부 고심… 임 재판부에 배당 가능성 주목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사법농단 수사 결과 발표를 계기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핵심 공범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같은 재판부에서 심리 받을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처장의 혐의가 겹치는 대목이 많기도 하거니와, 재판부가 병합된다면 당사자의 재판 전략 또한 달라지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조만간 형사합의부 재판장들의 협의를 거쳐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부를 배당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이미 임 전 차장 사건을 심리 중인 형사36부(부장 윤종섭)에서 양 전 대법원장 사건까지 맡아 병합할지 여부가 결정된다. 검찰이나 피고인이 사건 병합을 요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지만 병합 여부는 재판부의 직권 결정 사항이다.

법원 내부에서는 “한 재판부가 사법농단 사건을 모두 떠안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많다. 임 전 차장 사건의 증거기록만 20만쪽 분량으로, 주 4회 재판 계획에 반발해 변호인단 전원이 사임할 정도로 업무량이 많다는 지적이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의 혐의 중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재판부마다 각기 다른 결론을 내놓는 것이 법원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재판이 병합된다면 임 전 차장이 최대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분석이다. 사법농단 혐의를 일절 인정하지 않고 있는 임 전 차장이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를 받아 움직였다는 태도로 일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임 전 차장이 양 전 대법원장 책임에 ‘묻어가기’ 전략을 구사한다면 재판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진행되면서 양 전 대법원장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사건 병합과 상관없이 임 전 차장이 자기 선에서 책임지겠다며 윗선의 공모를 부인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임 전 차장이 변호인단 전원 사임을 통해 재판 지연 전략을 펴고 있는 것 또한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켜보며 대응 수위를 맞추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임 전 차장은 11일 부장판사 출신인 이병세 변호사를 새로 선임했는데, “새로 선임돼 조서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나온다면 재판은 더욱 지연될 전망이다.

검찰은 “병합해도 문제될 게 없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임 전 차장과 양 전 대법원장을 한 법정에 세워도 혐의 입증에 무리가 없다는 확신인 셈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여러 재판에서 공소 유지를 하는 것보다 재판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법정에서 돌발 발언이 나올 경우 대처하기 어렵다는 불안요소도 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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