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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 총리의 총선 홍보장 된 힌두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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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 총리의 총선 홍보장 된 힌두축제

입력
2019.02.17 16:00
수정
2019.02.17 18:1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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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2,000만 힌두교인 몰리는 ‘쿰브멜라’

축제에 6억달러 지원, 현장엔 모디 총리 입간판 설치

야당 “인도는 세속국가… 특정 종교에 지원 말라”

지난 10일 인도 알라하바드에서 열린 ‘쿰브멜라’ 축제에서 현지 경찰(왼쪽 끝) 나렌드라 모디 등신대 옆을 지키고 있다. 알라하바드=AP 연합뉴스
지난 10일 인도 알라하바드에서 열린 ‘쿰브멜라’ 축제에서 현지 경찰(왼쪽 끝) 나렌드라 모디 등신대 옆을 지키고 있다. 알라하바드=AP 연합뉴스

인류 최대 종교축제가 ‘사전’ 선거운동의 장으로 변모했다. 힌두교 축제 ‘쿰브멜라’가 올해 총선을 앞두고 열리자,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힌두교인들의 표심을 잡는데 이를 적극 활용하면서다. 야당은 모디 총리가 ‘반칙’을 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뉴욕타임스(NYT)는 모디 정부가 지난달 14일부터 3월4일까지 인도 북부 알라하바드에서 열리는 ‘반(半)’ 쿰브멜라에 6억달러(약 6,747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재정지원을 하고, 순례자들을 상대로 ‘업적 홍보’에 나섰다고 17일(현지시간) 전했다. 쿰브멜라는 힌두교인들이 전통에 따라 성스러운 강가를 찾아가 목욕을 하고 죄를 씻어내는 축제로 최대 1억2,000만명, 하루 2,000만명이 한꺼번에 몰린다. 갠지스강, 야무나강 등이 흐르는 성지 네 곳에서 3년 간격으로 번갈아 열리는데, 올해는 우타르프라데시주의 알라하바드에서도 열린다.

모디 정부와 해당 지방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 예산을 쏟아 부으며 축제 지원에 나섰다. 이들은 올해 축제를 위해 고가 횡단도로 9개, 배다리 22개, 쓰레기통 2만개, LED 가로등 4만개, 화장실 12만2,500개, 240㎞에 달하는 도로와 공항 터미널 한 개를 설치했다. 2013년 같은 도시에서 열린 쿰브멜라에 쓰인 예산의 3배와 맞먹는 규모다. 순례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천막 수백만개가 들어섰고 경찰과 예비군 3만명도 추가 투입됐다고 BBC는 전했다.

큰 돈을 쓴 만큼 홍보에도 열심이다. NYT는 “순례길에서 모디 총리의 얼굴이나 요기 아디티야나 우타르프라데시주 총리의 웃는 얼굴을 보지 않고 20발자국 이상 걷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정식 선거운동은 아니지만, 축제 현장에서 모디 총리의 대형 입간판은 물론 모디 총리의 업적을 알리는 광고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대형 스크린에선 모디 총리가 ‘클린 인디아’(Clean India) 캠페인에 대해 설명하고, 식수를 실은 트럭 옆에선 아디티야나 주총리 입간판이 미소를 짓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특히 올해 4, 5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이번 축제가 열린 것이 모디 총리 입장에서 ‘선물과 같은 타이밍’이라고 평가했다. 모디 총리와 그가 속한 인도인민당은 극심한 경제 위기 탓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모디 총리는 실업률이 45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자료를 숨기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악재들을 ‘힌두 민족주의’의 힘으로 뛰어넘어 총선에서 승리하려는 전략이 힌두축제 후원에 담겼다는 해석이다.

모디 정부의 이 같은 전략은 인도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힌두교인들을 상대로 이미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 뭄바이에서 태양 전지판을 판매하는 브리쟐 미쉬라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축제는 역대 최고의 쿰브멜라”라며 “그들(모디 총리와 인도인민당)이 우리의 믿음을 도와주고 있다”고 호평했다. 모디 총리가 속한 인도인민당은 힌두 민족주의 세력으로 분류되며, 아디티야나 주총리는 힌두교 사제면서 무슬림을 상대로 ‘종교 전쟁’을 말했던 바 있다.

이에 야당은 정부가 다른 종교를 배제한 채 특정 종교만을 지원해선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인도 대중사회당의 수딘드라 바도리아 대변인은 “인도는 세속국가이고, 이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그들은 왜 세금을 특정 종교에 사용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축제를 앞두고 무슬림과 하위 카스트들의 생업인 가죽 공장이 아디티야나 주총리에 의해 폐쇄된 것도 논란에 사로잡혔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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