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세력 아라칸족 자치 확대 요구
경찰서 급습… 버마족과 갈등 심화
미얀마 극우 불교단체 ‘민족종교 보호를 위한 애국연합(마바타)’의 지도자인 아신 위라투.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7년 미얀마 정부ㆍ군부의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족 탄압을 수수방관하며 사실상 한 목소리로 지지를 보냈던 미얀마 불교계가 이번에는 내부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로힝야족 거주지 라카인주(州)의 주류를 이루는 불교계 소수민족 ‘아라칸족’ 무장세력이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며 지난달 정부군을 공격한 파장이 날로 확산되는 가운데, 이들과 미얀마 사회 전체의 다수 민족인 ‘버마족’과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탓이다.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로힝야족 문제는 ‘이슬람 종족 박해’의 성격이 강했지만, 이제는 한동안 잠복돼 있었던 ‘불교 내 종족 분쟁’이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얀마 불교계 분열을 촉발한 계기는 지난달 4일 아라칸족 반군 아라칸군(AA)이 라카인주 북부 경찰서 네 곳을 급습한 사건이었다. 이로 인해 경찰 1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2009년 출범한 AA는 1784년 버마(미얀마의 옛 국호)에 정복되기 전까지 이 지역에 번성했던 아라칸 왕국에 뿌리를 두고 중앙정부를 상대로 자치권 확대를 주장하는 불교계 반군 조직이다.

AA의 공격에 대해 버마족 불교 지도자 아신 위라투가 “테러 행위”라고 비판하자, 라카인 불교도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아신 위라투는 애국주의 우파 성향 단체인 ‘민족종교 보호를 위한 애국연합(Ma Ba Thaㆍ마바타)’을 이끌고 있다. 그러자 마바타 조직의 라카인 지부를 이끄는 난다 바르타 승려는 “난 위라투가 부처의 아들 같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존경 받을 인물이 전혀 아니라고 여긴다”고 맹비난했다. WSJ는 “최근의 승려들 간 파열음은 버마족과 라카인주 불교도(아라칸족)의 분열이 격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불교가 공적 생활의 중심에 있는 이 나라에서 민족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엔 마바타가 군부는 물론, 라카인주 민족주의 정치인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갈등의 중재 역할을 해 왔으나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못하다는 설명이다.

[저작권 한국일보] 미안마 불교 내분에 휩싸인 라카인주. 그래픽=송정근 기자

미얀마 정부는 AA와의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의 대변인인 자우 흐테이는 “AA를 분쇄할 것”이라고 밝혔고, 군부도 “AA를 몰살하겠다”고 강력 진압 의사를 내비쳤다. 심지어 군 고위 관계자는 “AA의 경찰서 공격은 로힝야 무장반군인 아라칸로힝야구원군(ARSA)에 큰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국가안보 훼손행위”라고 말했다. 조만간 유혈 충돌이 재발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볼 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정부를 향한 아라칸족 주민들의 반감은 계속 커지고 있다. WSJ는 “미얀마 정부가 라카인주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와 다른 자원들을 가져가면서도, 적절한 일자리와 개발 정책을 제공하지는 못하고 있다”면서 “그 때문에 AA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지난해 라카인주에서 명망이 높은 정치지도자 아예 마웅이 ‘자치권 확대’ 시위를 주도한 것과 관련해 반역죄 혐의로 기소된 것도 이 지역 불교도들의 분노에 불을 지피고 있다. 아울러 지역 주민들이 작은 국수 가게에 모여 “라카인은 식민지 상태에 있다”고 주장하는 해외 반체제 인사와 영상통화를 하는 모습도 목격되고 있다. 미얀마의 정치분석가 리처드 호시는 WSJ에 “아라칸족이 이전엔 미얀마에서 가장 잘 통합된 소수민족이었다는 점에 비춰, 최근의 갈등은 의미심장하다”고 말했다.

이슬아 인턴기자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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