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18 폄훼, 박근혜 옥중정치, 전대 위기, 웰빙 단식, 최교일 논란
한국당, 흑역사 새로 써… 리더십 부재 속 과거로 회귀 모습
[저작권 한국일보] 자유한국당 서울역 설 인사1일 오전 서울역 청사에서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들이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플랫폼으로 향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2019-02-01(한국일보)

‘탄핵 정국’ 이후 처음으로 당 지지율이 30%에 근접하며 ‘강한 제1야당’으로 도약할 조짐을 보이던 자유한국당이 스스로 정치적 호기를 걷어차고 있다. △5ㆍ18 민주화운동 폄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발언으로 촉발된 ‘박심(朴心)’ 논란은 보수의 가치와 노선을 재정립하겠다던 비상대책위원회의 활동이 구두선에 그쳤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또 최근 불거진 △반쪽짜리 전당대회 위기 △최교일 의원의 스트립바 방문 논란 △웰빙 투쟁 논란 등 고질적인 계파주의와 웰빙 풍조의 재연은 ‘탄핵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불러왔다.

전문가들은 탄핵으로 정권을 내준 데 이어 ‘보수 궤멸’이라는 위기를 겪었던 한국당이 반성과 성찰을 외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여권의 지지율 하락 효과에 취해 긴장의 끈을 놓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당의 분란이나 잇단 설화를 수습할 굳건한 리더십이 부재한 한국당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역 의원 입에서 나온 “5ㆍ18 유공자는 괴물집단”

한국당의 ‘과거 회귀’ 논란에 불을 지핀 건 지난 8일 김진태ㆍ이종명 의원이 주최한 ‘5ㆍ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의 5ㆍ18 폄훼 발언이다. 5ㆍ18 민주화운동을 북한군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지만원씨가 발표자로 나섰을 뿐 아니라 공청회에 참석한 의원들마저 대놓고 5ㆍ18 운동을 폄훼하는 막말을 쏟아냈다.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를 거쳐 민주화운동으로 공식 인정한 5ㆍ18 민주화운동을 부정하는 인식 자체가 반헌법적 발상이라는 성토가 쏟아졌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다”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해명 발언도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반대 진영을 ‘종북 좌파’로 낙인찍어 이념적으로 대립하는 것은 한국당이 여전히 ‘극우 반공주의’ 프레임과 결별하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안보 이슈를 문재인 정부에 빼앗긴 데다 마땅한 대안 정책 기조가 없으니 반공주의 프레임과 호남을 자극하는 발언이 나온 것”이라며 “이념만으로는 정당 지지율이 30%선을 넘기 힘들다. 그런 면에서 5ㆍ18 폄훼 발언으로 범보수 통합이나 외연을 확장하려는 한국당의 스텝이 꼬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김병민 경희대 행정학과 겸임교수는 “비대위 체제가 정식 선출된 권력이 아니다 보니 원내 인사에 대한 장악력이 부족해 중구난방으로 터뜨리는 메시지에 대한 단속이 안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옥중에서 부활한 박근혜의 정치개입

박 전 대통령의 옥중메시지가 ‘박심(朴心)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한국당 2ㆍ27 전당대회 판을 술렁이게 만든 건 박 전 대통령에 기대 정치를 하려는 세력이 당내에 많다는 의미다. 특히 친박 의원들은 물론이고 비박 진영에 속한 당권 주자들마저 이를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에 맞게 해석하고 있다.

한국당이 여전히 ‘박근혜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방증이며, 이런 식이라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보수당이 새로운 시대정신을 제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내에서도 이런 문제 의식이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탄핵을 극복하고 새로운 싹을 돋게 해야 할 전당대회에 극복의 대상인 ‘박근혜 대통령’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며 “과거에 매달려 있는 민주당이나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한국당이나 뭐가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당권 주자인 홍준표 전 대표도 이날 “지금 전대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당내 현상은 좀비정치”라고 비판했다.


‘반쪽짜리 전당대회’ 위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당대회 예정일에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잡히면서 반쪽짜리 전대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전대 연기를 주장했던 대다수 당권 주자들이 10일 “일정이 2주 이상 연기되지 않을 경우,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배수의 진을 치면서다. 황교안ㆍ홍준표ㆍ오세훈 등 빅3의 출전으로 ‘컨벤션 효과’를 기대했던 한국당은 전대 흥행마저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날 긴급회동에 나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 주호영ㆍ정우택ㆍ심재철ㆍ안상수 의원에 이어 홍준표 전 대표마저 조건부 보이콧에 동참하면서 “예정된 날짜에 전대를 치르겠다”는 당 선관위 결정이 뒤집히지 않는 한, 당 대표 선거는 선두를 달리는 황 전 총리와 김진태 의원 간 경쟁으로 쪼그라들 공산이 크다.


‘5시간 30분짜리’ 단식 투쟁 논란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참여 논란이 있었던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 강행에 맞선 대여 투쟁이 ‘5시간 30분짜리’ 릴레이 단식 논란에 휩싸인 것도 내부에서조차 뼈아픈 실책이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컸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단식 용어를 쓴 것이 조롱거리로 된 것에 원내대표로서 책임을 느낀다”고 유감을 표했지만 여당에 공세의 빌미를 제공하면서 투쟁의 진정성을 의심받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야성이 부족했던 한나라당 시절의 ‘웰빙정당’으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변명 일색인 최교일 의원 스트립바 방문 논란

지난달 31일 촉발된 최교일 의원의 ‘스트립바 방문’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주점에서 술 마신 게 전부로 미국법상 스트립쇼가 금지된 곳이다”라던 애초 해명을 뒤집고 “상반신 노출까지만 허용된 주점”이라고 재차 해명하면서다. 사과보다는 해명 일색인 최 의원의 태도가 성추문 논란으로 ‘성나라당’(한나라당), ‘색누리당’(새누리당) 오명을 썼던 과거 당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는 지적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야당으로서의 전략 없이 김경수 지사 판결이나 손혜원 의원 사태 등 여권 하락의 반사이익을 누리다가 지지율 상승으로 분위기가 좋아지는 과정에서 과거 관성이 드러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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