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내세웠던 정당은 해산 위기
태국 우본랏 라차깐야 태국 공주. 자료사진

우본랏 라차깐야(68) 태국 공주가 품었던 ‘총리를 향한 꿈’이 하루 만에 꺾였다. 남동생인 마하 와치랄롱꼰(라마 10세ㆍ67) 태국 국왕이 누나의 정계 진출을 막아서면서다.

외신에 따르면, 우본랏 공주를 총리직 후보로 내세웠던 타이락사차드당은 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그의 총리직 도전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국왕 칙령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앞서 와치랄롱꼰 국왕은 전날 “왕실의 일원이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는 왕실 칙령을 발표했는데, 이를 곧바로 수용해 우본랏 공주에 대한 총리 후보 지명을 철회한 것이다. ‘왕가는 현실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왕실의 오랜 전통을 깨고 우본랏 공주가 3ㆍ24 총선을 앞두고 총리직 후보로 나선 지 딱 하루 만이다.

우본랏 공주의 총리직 도전은 그 사실 자체만으로 태국은 물론, 전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그는 2016년 서거한 이후에도 태국 국민의 존경을 받는 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의 장녀이자, 현 와치랄롱꼰 국왕의 손위 누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유학 중 만난 미국인 피터 젠슨과 1972년 결혼하면서 왕족 신분을 포기했으나, 1998년 이혼 뒤 귀국해 공주 칭호를 받았다. 이후 TV프로그램 진행과 마약방지 캠페인, 빈민지원활동 등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태국 국민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그의 정계 진출 도전장은 특히 군부 정권 수장인 쁘라윳 짠 오차 총리의 재집권에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이어서 이목이 집중됐다.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타이락사차드당의 간판으로 활약하며, 탁신계 정당인 푸어타이당과의 연정을 도모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왕의 ‘한 마디’에 우본랏 공주의 총리 도전도 결국 물거품이 됐고, 급기야 그를 내세운 정당까지 역풍을 맞게 됐다. 10일 태국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방콕 선거관리위원회는 타이락사차드당의 적법성 여부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친(親)군부 정권 정당인 국민개혁당은 “정당이 태국의 입헌군주제에 위협을 가하는 행위를 저질렀다는 신뢰할 만한 증거가 있을 경우, 선관위는 헌법재판소에 정당의 해산을 청구해야 한다”며 타이락사차드당의 해산을 촉구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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