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슴광우병 발견 지역. 강준구 기자

속칭 ‘좀비 사슴병’ 또는 ‘사슴 광우병’으로 불리는 만성소모성질병(Chronic Wasting DiseaseㆍCWD)이 미국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사슴 광우병이 인간에게 옮은 사례는 아직 없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사람한테까지 전염될 가능성에 대한 경고 목소리도 내고 있다.

CWD는 1967년 미국 콜로라도주의 한 야생 보호 시설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2000년까지는 콜로라도주와 와이오밍주에만 제한적으로 퍼졌다. 하지만 이후 몬태나, 유타, 캔자스 등 중서부를 중심으로 점차적으로 확산되더니, 펜실베이니아와 메릴랜드, 버지니아 등에 이어 지난해에는 미시시피와 테네시도 전염 지역에 포함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사슴 광우병이 퍼진 지역은 모두 24개주다. 감염 지역에서의 전염 비율은 10%를 넘고, 일부 지역은 25%에 달한다고 CDC 보고서는 밝혔다. 일부 포획된 사슴 무리에서는 감염비율이 75%에 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테네시대 수의사인 다니엘 그루버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어느 순간 생태계의 악몽이 되었다”고 우려했다.

CWD는 광우병과 마찬가지로 변형 단백질인 프리온에 의해 유발되는 것으로 이 병에 걸린 사슴들은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조정 감각을 잃어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고 체중 감소, 마비 증세 등을 보인다. 프리온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와는 달리, 수년간 자연 환경에서 파괴되지 않고 타액이나 배설물 등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 지속적인 위협 요인으로 존재하는 셈이다.

CWD의 인체 전염 여부를 두고서는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아직 인체 감염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고, 그간 원숭이 등을 대상으로 한 여러 실험에서도 전염 사례가 나오지 않아 ‘인간 전염 가능성은 없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프리온이 길게는 30년 등 오랜 잠복 기간을 거치기 때문에 향후 문제가 드러날 수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지난해 캐나다 연구진의 실험에서는 CWD 감염 고기를 먹은 원숭이들이 신경 이상 증세를 보였다는 보고가 처음 나와 우려를 증폭시켰다. 오랜 기간 광우병 연구를 해 왔던 마이클 오스터홈 미네소타대 교수는 지난 7일 미네소타 주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광우병 연구 경험과 실험 조사에 근거한 판단에 비춰, CWD 감염 고기를 소비할 경우 앞으로 수년 내에 인간에게 전염되는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광우병 때도 보건 당국과 축산업계는 광우병의 인체 전염 가능성을 부인한 바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사슴 사냥과 관련한 시장 규모가 연간 15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방대하다. 게다가 사슴을 사냥한 뒤, 사슴 고기를 먹는 경우도 실제로 적지 않다. CDC는 CWD가 인체에 미치는 위험이 극히 낮다고 보면서도 예방 차원에서 감염 고기를 먹지 말도록 권고하고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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