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두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국립중앙의료원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이 10일 열렸다. 국내 중증 외상환자 치료시스템 구축에 헌신했던 윤 센터장은 설 전날 저녁 병원 집무실에서 응급의료 서류가 쌓인 책상 앞에 앉은 상태로 숨져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귀가할까 말까 할 정도였던 그는 설 귀성을 약속해놓고 연락이 끊기자 뒤늦게 병원으로 찾아간 가족에게 발견됐다. 이보다 며칠 앞서 인천 가천대 길병원 당직실에서도 꼬박 하루 이상 근무한 30대 전공의가 숨진 사건이 있었다.

과로사로 추정되는 두 사건은 국내 의료 현장의 열악한 노동 조건을 새삼 되돌아보게 한다. 특히 윤 센터장의 비보는 그가 국내 응급의료 수준을 높이기 위해 자청해서 혼신의 힘을 다해왔다는 점에서 비통한 일이다. 왜 진작 이런 노동이 ‘그’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이 되지 못했을까. 과거보다 나아졌다지만 외상환자 응급시스템 개선은 왜 지지부진한 걸까. 이국종 아주대 교수가 고인을 기리며 “천신만고 끝에 확보한 예산이나 정책 지원 등이 의료 현장에서 병원들이나 때로는 의료인들의 이권 속으로 타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그는 자기 몸뚱이가 타 들어가는 것과 같은 고통 속에서 살았다”고 한 말을 되새겨야 한다.

길병원 전공의의 죽음 역시 의료 현장의 구조적 문제다. 이 전공의는 숨지기 전 24시간을 근무했고, 이어 12시간을 더 근무하기로 되어 있었다고 한다. 관련법에 따르면 전공의는 연속해서 36시간 넘게 수련시켜서는 안 된다. 하루 12시간 이상의 연속 노동이 과로사 판단의 기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법규가 상시적인 과로를 허용해 의료인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꼴이다.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고, 고통 받는 환자를 구하는 의료인의 사명감과 직업 정신은 지난해 말 정신질환자 손에 희생된 의사 임세원씨의 경우에서도 보듯 숭고하다. 하지만 이런 열정과 책임감에 대해 ‘우리가 명절에 쉴 수 있는 것은 이들의 희생 때문’이라는 식의 상투적 감상에만 머물러선 곤란하다. 의사는 물론 모든 노동자들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일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 조직 관행과 문화를 어떻게 바꿔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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