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당권주자들의 ‘박심(朴心)’ 잡기 경쟁이 많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황교안 전 총리, 홍준표 전 대표 등 한국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대다수가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요구 등 친박 세력의 표를 구걸하는 모습이 볼썽사납기 때문이다. 전당대회에서 투표권을 쥔 책임당원 중 50%가 TK를 비롯한 영남이고, 이 중 상당수가 박 전 대통령 극렬 지지세력인 태극기부대로 분류되는 것을 의식한 행태라 해도 정도가 지나치다.

홍 전 대표는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없으니 석방할 때가 됐다”며 노골적으로 박 전 대통령 사면을 촉구했다.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총리로 친박ㆍ비박 간 계파 싸움에 다시 불을 붙인 황 전 총리도 “국민 통합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사면론에 가세했다. 안상수, 김진태, 정우택 등 다른 후보도 마찬가지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유일하게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에 (사면론)이 나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박 전 대통령을 극복할 수 있어야 보수정치는 부활할 수 있다”고 한 정도다.

수감된 박 전 대통령을 유일하게 접견하는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심복으로 여겨지던 황 전 총리에 대해 “그 사람은 아니다”라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다. 홍 전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을 제명ㆍ출당시킨 사람이다. 그러니 한국당 내부에서조차 홍 전 대표 등 당권주자들이 언급한 박 전 대통령 사면설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당 지지율이 꾸준히 올라 30%에 육박한다. 이는 신재민 전 사무관의 청와대 외압 의혹 폭로, 손혜원 의원 부동산투기 의혹 등 여권의 잇단 악재에 따른 어부지리이지, 한국당이 대안정당으로 제 역할을 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을 자초한 실패한 지도자라는 게 상식적인 보수층을 포함한 국민 일반의 생각이다. 집권을 노리는 제1야당이라면 수구세력과 절연하고 국민 전체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 합리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민생 문제 해결에 진력하는 의회정치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국정농단의 기억을 잊은 채 과거에만 매달리면 만년 야당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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