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3일 전국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농ㆍ수협, 축협, 산림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농ㆍ어촌 마을이 몸살을 앓고 있다.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되거나 적발되는 사례가 잇따르는 등 과열, 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선관위의 단속 강화와 함께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년마다 치러지는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는 올해가 두 번째다. 전국 1,343곳에서 조합장을 선출하고, 유권자가 267만명에 달해 ‘미니 지방선거’로 불린다. 하지만 2015년의 첫 동시조합장 선거 때와 같은 불ㆍ탈법이 여전히 판을 치고 있다. 지난달 조합원 자택을 방문해 현금 200만원을 건넨 입후보 예정자가 처음 구속됐고, 상품권 2,500만원어치를 사들인 뒤 일부를 조합원들에게 제공하거나 고무줄로 동여맨 5만원권 10장을 쥐고 있다 악수하는 틈을 타 조합원에게 건넨 출마 준비자들이 잇따라 검찰에 고발됐다. 선관위가 지금까지 적발한 불법사례만도 100여건에 달한다니 ‘돈 선거’라는 오명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조합장 선거가 금품살포로 얼룩지는 것은 임기 4년 동안 과도한 권력을 행사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억대에 이르는 연봉과 거액의 판공비에다 인사권과 사업권을 갖고 금리와 대출 한도도 조합장이 결정한다. 게다가 조합장 자리는 자치단체장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삼기에 유리하다. 그러다 보니 ‘일단 되고 보자’는 심리가 진흙탕 선거를 부추기는 것이다.

후보자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지나치게 제한한 ‘깜깜이 선거’도 돈 선거의 유혹에 빠지도록 부추긴 측면도 있다. 선거운동 기간이 짧고, 후보연설회나 정책토론회가 없어 인물 비교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역 조합장의 경우 선거 당일에도 신분을 유지하는 등 불공정 게임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조합장은 지역의 농수축산업을 이끌어갈 지역 일꾼을 선출하는 일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대폭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조합장의 과도한 권한 집중을 막고 이사회의 견제 기능 강화와 조합원들의 경영 참여 활성화 등 전면적인 손질이 이뤄져야 한다. 토론회와 연설회 허용 등의 선거 방식도 바꿔야 한다. 언제까지 조합장 선거를 ‘투전판’으로 놔둘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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