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1주년 각국팀 초청 대회… 아이스하키 빙판 오랜만에 활기 
지난 7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개최 1주년 국제친선대회 한국-카자흐스탄전 경기모습.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2018 평창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메인 경기장이었던 강릉하키센터는 한국 아이스하키의 잊을 수 없는 역사를 품은 공간이다. 지난 평창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대표팀은 원했던 1승을 거두지 못했지만 세계 정상급 팀들과 당당히 맞섰다. 체코와 예선전 당시 조민호(32ㆍ안양 한라)가 감격적인 첫 골을 터뜨렸을 때는 현장을 가득 메운 팬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하지만 평창의 감동은 오래 가지 못했다. 올림픽 이후 사후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강릉하키센터의 빙판은 그대로 녹아버렸다. 운영 주체가 없어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의 강릉하키센터가 올림픽 1주년을 맞아 모처럼 생기를 되찾았다.

백지선(52) 감독이 이끄는 남자 대표팀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평창올림픽 개최 1주년을 기념해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리는 2019 KB금융 아이스하키 챌린지 대회에서 라트비아, 카자흐스탄, 일본을 잇달아 상대했다. ‘포스트 평창’ 시대를 맞아 백 감독은 강호들을 상대로 세대 교체 가능성을 확인했다. 남자 대표팀에 이어 올림픽 당시 남북 단일팀을 이뤄 빙판을 누볐던 여자 대표팀이 9일부터 12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젊은 피’ 위주로 국제 친선전인 W네이션스 챌린지에 출격한다.

1년 만에 역사적인 현장을 다시 찾은 선수들은 추억에 젖었다. 조민호는 “이곳에 다시 서니 올림픽 당시 받았던 감동과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면서 “체코와 첫 경기에서 첫 골을 넣었기 때문에 이곳에 돌아왔을 때의 감정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핀란드와 예선전에서 대표팀의 올림픽 마지막 골을 장식한 안진휘(28)는 “머리부터 몸까지 이 곳을 기억한다. 골을 터뜨린 순간 어떻게 플레이를 했는지가 바로 떠오른다”고 말했다. 백지선 감독 역시 “강릉하키센터에 첫발을 내딛자 좋았던 기억들이 몰려왔다”고 했다.

7일 한국-카자흐스탄전이 열린 강릉하키센터.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 운영권을 부여 받은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평창올림픽의 유산인 강릉하키센터를 임시 운영 기간 이후에도 아이스하키 전용 경기장으로 유지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달 30일 대의원 총회에선 이를 위한 결의문도 채택했다. 정몽원 아이스하키협회장은 “우리 꿈은 강릉을 아이스하키의 허브로, 아이스하키 타운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내 임기는 2년 후면 끝나지만 한국 아이스하키는 이후에도 지속적인 발전을 이뤄나가야 한다. 다음 집행부에게 올림픽을 치른 유산을 물려주는 것이 내 소임”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평창올림픽을 준비하고 치른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려면 협회가 주도적으로 나서 강릉하키센터를 전용경기장으로 유지하는 것이 필수라고 여긴다. 실제 국내에선 강릉하키센터 말고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의 국제대회 기준에 부합하는 경기장이 없다. 2014년 세계선수권 대회를 고양에서 유치한 경험이 있지만 10억원 가량을 투입해 고양아이스링크 보수작업을 해서 치렀다. 그래도 고양아이스링크에 대한 IIHF의 평가는 좋지 못했다.

또 강릉하키센터를 유지하면 수준 높은 팀들을 초청하는 데도 유리하다. 협회 관계자는 “세계 랭킹 11위인 라트비아가 이번 챌린지 대회에 참가한 이유도 장소가 강릉하키센터라서 가능했던 일”이라며 “아이스하키가 올림픽 이전보다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개선하려면 많은 국내외 경기를 치러야 하고 다양한 대회 개최를 위한 전용경기장이 필수다. 이런 시설에서 대회를 하면 수준 높은 팀들도 초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민호는 “이렇게 좋은 시설을 올림픽이 끝났다는 이유로 사용하지 못한다면 선수로서 참담한 느낌이 들 것 같다”며 “좋은 환경이 있어야 우리나라 아이스하키가 발전할 수 있다. 반드시 전용경기장으로 계속 쓸 수 있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안진휘 또한 “외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나갈 때마다 부러웠던 것이 좋은 시설을 갖춘 아이스하키 전용경기장이었다”면서 “우리도 올림픽을 계기로 좋은 전용경기장이 생겼으니 반드시 이곳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릉=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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