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내리막에 부동산 거래 절벽 등 우려 비등
‘한겨울 여름옷’ 운운 규제 푼 결과가 현재 집값
‘미친 집값’ 정상화까지 집값 한참 더 떨어져야
명절 연휴 뒤인 7일 서울시내 한 공인중개사무소 밀집지역에 부동산 매물 정보가 붙어있다. 뉴스1

명절에 친척들이 모이면 빠지지 않는 대화 주제들이 있다. 그 중 압도적인 게 부동산이다. 정치는 상대를 자극하기 십상이어서 말을 꺼내기 저어하는 측면이 있고, 교육은 자녀의 연령에 따라 공통분모가 적어 화두에서 밀릴 수 있다. 부동산은 집이 있든 없든, 한 채든 두 채든 너나 할 것 없는 관심사다. 가구 자산의 70%가 부동산이고, 이런 자산 구성이 빈부 격차를 극대화하는 한국적 환경에서는 부인하기 힘든 현실이다.

이번 설 명절에도 밥상머리에 부동산이 던져졌다. “내가 그때 강남에 집을 산 게 신의 한 수였어”라는 누군가의 성공담에서 시작된 대화가 자연스레 연결된 지점은 집값 하락. 집값이 떨어졌다던데 얼마나 떨어졌는지, 정말 이대로 계속 떨어지는 건지, 공시지가가 오르면 세금 부담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지금 집을 사야 하는 건지 좀 더 기다려야 하는 건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실제 여러 집값 지표들은 정점을 찍고 내리막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12주 연속 하락했다는 통계(부동산114), 강남4구의 집값이 무려 330주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는 통계(한국감정원) 등이 잇따른다. 부동산 상승장은 끝났고 집값 하락세가 최소 2년은 지속될 거라는 전망(한국감정원)도 나온다. 불과 서너 달 전만해도 자고 일어나면 1,000만원, 2,000만원씩 오르는 집값 때문에 ‘미친 집값’이라는 아우성이 빗발쳤던 걸 감안하면 환호성이 들려야 마땅하다. 그런데 분위기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왜일까.

집값은 올라도 문제지만, 내려도 문제인 게 사실이다. 직격탄을 맞는 이들은 빚을 내서 집을 산 사람들이다. 그 집에 눌러앉아 산다면야 상관없을 수도 있지만, 전세를 놓은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최근 가격 하락폭은 집값보다 전셋값이 훨씬 더 크다. 전세 만기가 돌아오면 세입자에게 돈을 돌려줄 길이 막막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공개적으로 이런 비슷한 우려를 했다.

그보다 더 큰 문제가 거래 둔화다. 한두 푼도 아니고 수억 원 이상을 들여 집을 장만하는데 향후 집값이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도 선뜻 구입을 결정할 이들은 많지 않다. 수요가 없으면 거래가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 실제 거래량은 확 줄었다. 작년 1월에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가 1만건이 넘었는데(1만198건) 올 1월은 1,196건(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그쳤다고 한다. 5분의 1 수준도 안 된다. 여기저기서 경고음을 울려댄다. 부동산중개업소가 줄줄이 문을 닫고 있고, 인테리어나 가구ㆍ가전업체 등 후방산업까지 줄도산할 수 있다는 엄포까지 나온다.

그런데, 따져 보면 그간 오른 것에 비하면 떨어진 건 조족지혈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16년 3.2%, 2017년 4.7%, 그리고 작년에는 8.2%가 올랐다. 지난 석 달간 하락폭은 기껏해야 1% 수준이다. 불과 4년 전인 2015년 이맘 때 9억원대에 시세가 형성됐던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109㎡)는 지금도 16억원 안팎에 거래가 되고 있고, 서울 마포구 아파트(113㎡)의 시세는 이 기간 7억원대에서 13억원대로 여전히 2배가량 오른 상태다. 모두 정점에 비해 1억~2억원 떨어졌을 뿐이다.

집값 하락이 몇 달 더 지속된다면? 장담컨대, 부동산 규제를 다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한층 거세질 것이다. 박근혜 정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언’, “지금은 부동산이 불티나게 팔리던 ‘한여름’이 아니고 ‘한겨울’인데 여름옷을 입어서야 되겠느냐”는 식의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 거라는 얘기다.

그날 명절 모임에서 입을 떼진 않았지만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이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었다.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집값이 정상화되기까지는 부작용도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집값이 떨어지면서 거래도 잘 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고요. 역대 정부마다 같은 이유로 규제를 풀어댄 결과가 지금의 미친 집값이잖아요 집값은 한참 더 떨어져야죠.”

이영태 뉴스3부문장 yt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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