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1일 충남 태안발전소에서 설비 점검 도중 사망한 고(故) 김용균씨의 장례식이 7일 서울대병원에서 열렸다.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은 메모지에 추도문을 적어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연합뉴스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사망 당시 24세)씨의 뒤늦은 장례가 7일 시작됐다. 눈을 감은 지 58일 만이다. 그의 죽음으로 ‘김용균법’이라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발전소 연료ㆍ환경설비 운전 분야 비정규직 동료 2,200여명에 대한 직접고용안이 탄생했지만, 고인의 마지막 길은 여전히 쓸쓸했다.

이날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는 놀랍게도 한적했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마련에 노력한 정치권 인사들은 드문드문 보였으나 일반 시민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고인이 사망한 뒤 두 달간 법 개정과 후속 대책을 위해 싸워온 시민대책위와 김씨가 속했던 한국발전기술 동료들이 빈소를 지켰다.

한국발전기술 소속 박모(27)씨는 “장례식 첫날 오전부터 수십 여명이 빈소를 찾긴 했지만 용균이가 죽은 지 벌써 두 달이나 지난데다, 김용균법이 통과된 뒤로 사태가 마무리된 것으로 생각하는 시민들이 많은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다른 동료 최모(28)씨는 “용균이 죽음 덕에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 길이 열렸지만 주변 반응은 냉담하다”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김용균 관련) 인터넷 기사를 보면 ‘한순간에 공기업 직원이 된다’ ‘배 아프다’는 댓글들이 눈에 띄어 마음이 불편하다”고 쓰린 속내를 털어놨다.

추모객들의 메모지 앞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는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 연합뉴스

소외계층에 직접 만든 수의를 기부해 온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이날 유가족에게 고인의 몸에 맞게 제작한 수의를 전달했다. 이애령(68) 수녀는 “용균이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안전한 사회가 될 때까지 우리 시민들이 손잡고 가겠다”고 전했다.

새로운 공공기관을 설립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당정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체적인 기관 설립과 직접 고용 계획은 불투명하다.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발전소 경상정비 분야 정규직 전환은 여전히 논의 과정에 있어 섭섭하게 생각한다. 또 발전공기업의 직접고용도 이뤄지지 않아서 당정 후속대책이 미비하다고 본다”며 작심 발언을 했다.

빈소를 찾은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김용균법 개정과 함께 후속대책까지 발표됐지만 여전히 명확하게 결정되지 않고 추후에 논의될 사항들이 많다”면서 “경상정비 분야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원청이) 위험한 업무를 외주화한 것도 모자라, 하청업체는 직원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게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하나하나 바로 잡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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