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로 베트남이 확정된 이튿날인 7일 오후 하노이 시내에 주베트남 북한대사관 전경. 뗏(설) 연휴를 맞아 거리가 텅 빈 가운데 초소 공안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27일보다 사나흘 앞서 국빈 방문 형식으로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으로부터 일정 수준의 경제제재 완화 조치를 얻어낼 경우 이를 바탕으로 향후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7일 하노이 외교가에 따르면 북한과 베트남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지면서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이전 베트남을 국빈 방문, 베트남 수뇌부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다. 초대 주한 베트남 대사를 지낸 응우옌 푸 빈 전 대사도 “아직 김 위원장 국빈 방문 여부가 확정 되진 않았다”면서도 “김 위원장이 먼저 와서 베트남 정상과 정상회담을 갖기를 희망한다는 내부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전 당시 북한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은 베트남은 기회가 될 때마다 고마움을 표시해왔는데,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아예 북한의 경제 개방을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베트남 정부 희망대로 국빈 방문에 응한다면 북미 정상회담 사흘전인 24일 베트남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25일 의장대 사열과 호찌민 묘소를 참배하고 이후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 일정이 유력해 보인다.

실제로 베트남 수도 하노이 곳곳에서는 김 위원장의 조기 방문을 예고하는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하노이 주재 북한 대사관의 경우 뗏 연휴인 7일에도 주요 인력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북한 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북미정상회담 개최 축하’ 인사를 전하는 기자에게 “우린 아직 그런 거 모른다. 그런 문제라면 후에 (연락)하라”고 밝혔다. 그러나 수화기 너머로는 다수의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들이 들렸다. 하노이 주재 한국 대사관 관계자도 “정무파트 직원 상당수가 연휴를 반납하고 안팎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 국빈방문이 성사된다면, 조부 김일성 주석에 이어 54년 4개월만의 북한 지도자의 베트남 방문이 된다. 김 위원장은 베트남 수뇌부와의 접촉을 계기로 태국,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와의 경제협력을 확대하려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2차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대북제재에서 일부 완화 조치를 얻어낼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제사회에서 그나마 북한에 우호적인 동남아 국가와의 협력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상 최고에 이른 북한 경제의 대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이기도 하다.

한편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를 놓고 하노이를 주장하는 북한과 다낭을 선호하는 미국 사이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하노이 외교가 관계자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현장’을 중요시 한다. 실무진이 차려놓은 형식적인 쇼를 벌이는 여느 정상들과 다르다”며 “평양에서 진행되고 있는 실무협상 테이블에서도 장소가 주요 의제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에서는 다낭이 유력한 것으로 거론되지만, 미국이 북한의 요청을 받아 들여 하노이에서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개최도시 발표가 지연되면서 두 지역 호텔에는 예약 폭주와 예약 거부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회담 당사자인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일행의 예약은 물론이고, 역사적 회담을 차질 없이 준비하려는 세계 주요언론들이 두 지역에 ‘양다리 예약’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국빈 방문시 정상들이 주로 머무는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의 경우 일찌감치 예약이 차단됐고, 다낭의 크라운 플라자 호텔도 예약을 받지 않고 있다. 그 외 다낭의 인터컨티넨탈, 하얏트 등 주요 호텔들도 객실이 대부분 매진된 상황이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