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개. 게티이미지뱅크

“저희가 뭘 찾았는지 상상도 못하실 거예요”

뉴질랜드 물 대기 연구소(NIWA)의 크리스타 홉만 박사는 몇 주 전 자신을 급히 찾는 보조연구자들의 말을 듣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연구를 위해 얼려뒀던 표범 물개의 변 안에서 USB 하나가 발견된 것. 그는 “물개 배설물에서 깃털, 생선 가시, 새의 발까지는 본 적이 있었지만 (USB는) 최고로 이상한 경험”이었다고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연구팀이 뚜껑이 씌워진 USB를 몇 주간 건조하자, 놀랍게도 멀쩡히 작동했다. 그 안에는 한 여행객이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과 영상들이 담겨있었다. 홉만 박사가 영상과 함께 5일 NIWA 홈페이지에 주인을 찾는 글을 올리자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물개 변은 생태 연구를 위해 2017년 11월 뉴질랜드 남섬 오레티 해변에서 채취된 것인데, USB에 담긴 영상은 그로부터 100㎞ 가량 떨어진 포어포이스 만(灣)을 배경으로 한 바다사자 영상이었다. 정작 카메라 주인의 얼굴은 나와있지 않아서, 유일한 실마리는 ‘푸른색 카약’을 탄 채로 촬영됐다는 점뿐이다.

홉만 박사는 글을 올린 뒤 4명이 USB 주인이라며 연락을 해왔으나, 사실 누구도 진짜 주인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특징적인 몇 가지 파일 이름을 포함해 USB 속 정보들에 대해 확인 질문을 했지만 누구도 제대로 답변을 못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뉴질랜드 판 CSI 과학수사대네!”라며 뜨거운 반응 일색이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영국 그룹 더 폴리스의 곡 ‘병에 담긴 메시지’를 패러디해 ‘변비 걸린 물개’ 뱃속에 갇혀야 했던 USB의 운명을 노래하는 곡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보조연구자 조디 워런 씨는 씁쓸한 일이라면서 “이처럼 놀라운 남극 생명체의 뱃속에 플라스틱이 들어있다니, 너무나 걱정스러웠다”라고 회상했다. 그린피스는 매년 약 100만 마리의 바닷새와 10만 마리의 해양 포유류가 플라스틱을 섭취하거나 나일론 낚싯줄, 그물, 플라스틱 고리에 엉켜서 목숨을 잃는 것으로 추정했다.

홉만 박사가 속한 표범 물개 연구팀은 남극에 서식하던 종이 왜 최근 북쪽 뉴질랜드에까지 출몰하고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NIWA는 게시글에서 장난스럽게 “USB를 돌려받고 싶다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며 “더 많은 똥을 내놔라”라고 말했다. 물개의 변을 보면 무엇을 먹는지, 건강 상태는 어떤지, 뉴질랜드 인근 바다에서는 얼마나 살았는지까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연구자들에게는 “똥이 금값”인 이유다.

뉴질랜드 물 대기 연구소(NIWA)는 5일 물개의 변에서 발견된 USB 속 영상과 함께 "주인을 찾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바다사자의 모습이 담긴 영상 안의 유일한 실마리는 촬영자가 '푸른색 카약'을 탔다는 점이다. NIWA 트위터 캡처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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