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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는 보리 수확에 영향…맥주가 ‘金酒’ 될 수 있다

입력
2019.02.09 15: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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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2018년 지구의 평균기온이 1951~1980년보다 얼마나 높아졌는지 볼 수 있는 관측 결과. 빨간 부분일수록 평균 기온이 더 높아졌다는 뜻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2014~2018년 지구의 평균기온이 1951~1980년보다 얼마나 높아졌는지 볼 수 있는 관측 결과. 빨간 부분일수록 평균 기온이 더 높아졌다는 뜻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지난해 지구 평균 기온이 관측 이래 네 번째로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써 2015~2018년은 지구 기온이 높았던 상위 1~4위에 해당하는 해가 됐다. 그만큼 지구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경고도 잇따른다. 가장 대중적인 술인 맥주를 마시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비교적 가벼운 연구결과부터 남극 빙하의 붕괴로 해수면 상승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묵직한 우려까지 다양하다.

6일(현지시간) 미국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우주연구소는 “지난해 지구표면 온도가 1951~1980년 평균보다 0.83도 높았다”며 “이는 1880년 기온 관측 이래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6,300개 기상관측소에서 수집한 지구 표면 온도 측정값과 해수면 온도 등을 모두 고려한 결과다.

문제는 지난해만 ‘반짝’ 더웠던 게 아니라, 장기적인 추세에서 지구 평균기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온 관측 이후 가장 더웠던 해는 2016년(0.99도 상승), 두 번째가 2017년(0.9도), 세 번째가 2015년(0.87도)이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4년이 지구 기온 관측을 시작한 이래 평균 온도가 가장 높았던 상위 1~4위 연도란 얘기다.

개빈 슈미트 NASA 고다드 우주연구소장은 “장기적인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홍수와 태풍, 폭염 등 생태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기상학회가 발간한 ‘2017년 기후변화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해수면 높이는 1993년보다 약 7.7㎝ 올라가며 종전 최고치를 경신했다. 1981~2010년 연 평균(82개)보다 많은 85개의 태풍이 2017년 전 세계에서 발생했고, 그해 3월1일에는 남극 해빙(海氷ㆍ바닷물이 얼어서 생긴 얼음) 면적이 210만㎢까지 감소해 1978년 인공위성 관측 이래 가장 작은 크기로 기록됐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태풍이 더 많이 발생해 피해가 확대되고,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 상승이 급격히 이뤄져 해안도시의 침수 문제도 현실화할 수 있다.

실제 지난달 30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에는 최근 3년간 얼음이 계속 녹으면서 남극의 트웨이츠 빙하에 150억 톤의 얼음이 들어갈 수 있는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는 NASA의 연구결과가 실렸다. 트웨이츠 빙하는 남극에 있는 5대 거대 빙하 중 한 곳이다. 우리나라 면적의 1.5배에 달한다. 연구진은 “트웨이츠 빙하의 모든 얼음이 녹게 된다면 해수면은 지금보다 2.4m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수면이 지금보다 1m 높아지면 ‘물의 도시’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니스는 완전히 침수된다. 3m 상승하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독일 함부르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사라지게 된다. 한국과 미국, 영국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은 올해부터 2022년까지 무인자율주행 잠수함 등이 관측한 자료를 이용, 빙하의 녹는 속도를 계산해 트웨이츠 빙하의 붕괴 시점을 살펴볼 계획이다. 이 연구는 지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주목한 2019년 10대 이슈에 꼽혔다. 열대성 질병 확산, 동식물 대량 멸종, 사막화, 작물 생산량 감소 등도 지구온난화가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동시에 인간의 생활도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플랜트’에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80년 뒤 보리 수확량이 3~17%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보리는 빵과 동물 사료로 널리 쓰이기 때문에 맥주 제조에 쓰이는 양은 더욱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연구진은 미국에선 맥주 소비량이 20%, 영국은 25%, 전 세계적으로 16%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2050년 프랑스 보르도 등에선 와인 생산량이 85% 급감할 거란 연구결과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에선 올해 탄산칼슘을 성층권에 뿌려 태양광선을 반사시킬 수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화산 폭발로 발생한 화산재가 지구로 들어오는 햇빛을 차단했던 과거 경험에서 착안했다. 중국과학원 연구진은 지난해 8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폭을 0.5도(2도→1.5도) 줄일 경우 극심한 폭우의 발생 빈도를 20~40%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2015년 전 세계 200여개 국가들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이번 세기 말까지 지구의 연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가능하면 1.5도)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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