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등 일본의 진보적 지식인들이 6일 3ㆍ1운동 100돌에 즈음한 시민ㆍ지식인 성명을 발표했다. 266명이 서명한 성명에서 이들은 무라야마ㆍ간 담화 등 과거 일본 정부의 식민지 지배 반성을 상기시키며 이러한 역사 인식에 바탕해 한일, 북일 사이 남은 문제를 “새로운 마음으로 성실히 협의하여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로 북한의 일본군 위안부, 남북의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한국인 BC급 전범 문제 등을 들었고 북일 국교정상화 실현도 요청했다.

이날 일본 지식인 성명은 2010년 한일병합조약 100년에 맞춰 발표된 성명의 맥을 잇는다. 당시 성명에서는 한국 병합이 “대한제국의 황제로부터 민중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의 격렬한 항의를 군대의 힘으로 짓누르고 실현”한 “제국주의 행위“이자 ”불의부정한 행위“임을 확인했다. 나아가 과정이 부당했으므로 ”한국병합조약도 불의부당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반도 강제 병합은 없었으며 1965년 한일기본조약으로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과거사 문제로 한일 관계가 진창에 빠진 듯한 상황에서 이 성명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식민지 지배의 과오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필두로 한 보수 자민당 정권이 과거사에 더욱 겸허해져야 한다는 일본 내부 비판이라는 점에서 우선 의미가 크다. 성명에서 지적한 대로 아베 정권은 2010년 간 총리 담화에 담긴 “아픔을 준 쪽은 잊기 쉽고 받은 쪽은 이를 쉽게 잊지 못하는 법”이라는 문구를 되새겨야 마땅하다.

그렇다고 한일 교착을 풀어갈 책임이 전적으로 일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당면한 대립은 한일이 오랜 기간 해결을 위해 대화하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다. 외교적으로 약속했던 위안부 합의를 다시 조정하려면 상대국 일본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당연하고, 아무리 사법부 판단이 무겁다고 해도 지금까지 양국 정부가 공감해온 청구권 해석을 하루아침에 내팽개칠 수도 없다. 지혜로운 방안을 짜내 일본 정부 설득에 나서는 것은 온전히 우리 정부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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