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한국일보] 7일 유튜브에서 현재 인기 있는 영상을 보여주는 '실시간 인기 동영상' 리스트에서 정치ㆍ시사분야 콘텐츠가 상위 6, 8, 9, 12위에 오를 정도로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튜브 캡쳐

“기자들은 뉴스에 나오지 않는 진실을 아는 게 있지?”

명절에 오랜만에 만난 친척과 둘러 앉아 대화하던 중 난감한 상황을 겪었다. 한 언론인의 폭행사건이 화두에 오른 차였다. 나는 언론사에서 일하고 있는 탓에 여러 질문에 답해야 했다. 처음 듣는 추측들을 나열하며 진위 여부를 묻는 통에 진땀을 뺐다. 그 중 나를 가장 어리둥절하게 한 것은 분명 ‘뉴스에 나오지 않는 진실’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였다. 언론이 정치적 이해관계나 정파적 입장 때문에 무언가 진실을 숨기고 있을 것이라는 의견에 그 자리의 상당수가 동의했다. 그런 추측과 의심은 어디서 들었냐 물으니 유튜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최근 보수진영 유튜브 미디어들의 급성장 이면에는 언론이 진실을 감추고 조작하고 있다는 프레임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지상파와 일부 종편이 친정부 성향의 언론인들에게 점령 당했고, 그 때문에 진실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지 않다는 편견이 널리 퍼져 있다. 50,60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진실을 알기 위해 유튜브를 찾고 있고, 끊임없이 자동으로 추천되는 정치ㆍ시사 관련 영상 덕분에 채널들을 오가며 시청 시간을 늘려 가고 있다. 작년 한 해에만 50대 이상의 유튜브 사용시간은 78% 급증했고, 50대(79억분)는 10대(86억분) 다음으로 유튜브를 많이 이용하는 세대로 나타났다.

유튜브는 이미 세대 구분 없이 뉴스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해 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튜브 인기영상 중 정치ㆍ시사분야 콘텐츠 비중이 최대 36%에 달했다. 유튜브 인기 영상 3분의 1이 뉴스를 다루고 있으며, 이는 사실상 유튜브가 뉴스 미디어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젊은 세대도 유튜브를 통해 뉴스와 정보를 얻는 경향성이 강해지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윾튜브’는 10, 20대를 대상으로 시사 이슈를 설명하고 해설하는 콘텐츠로 단기간에 6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모으며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유튜브에서는 탈이나 가면을 쓰고 익명성에 기대 시사 이슈를 설명하는 채널들이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

문제는 유행처럼 생겨난 정치ㆍ시사 채널이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이다. 정치ㆍ시사를 다루는 일부 유튜브 채널들은 이슈를 설명해준다며 파편처럼 흩어진 사실을 엮고, 합리적 의심이라는 이름의 추측과 의견, 주장을 버무려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다. 여기에 정치인들까지 앞다퉈 개인 채널을 만들고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을 쏟아낸다. 심지어 이름이 알려진 전직 언론인들조차 ‘방송’, ‘TV’라는 이름을 달고 채널을 만들어 방송하며 기존 언론에서는 하지 못했던 자극적이고 강한 발언들을 쏟아내며 구독자를 모으고 있다. 일부 방송에서는 소수자 등을 향한 혐오나 적대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현상을 해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언론 스스로 반성하고 뉴스 수용자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온라인 속보 경쟁과 받아쓰기 기사의 나열로는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사실을 발굴하고 검증한 뒤 적절한 분석을 거쳐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정보로 가공해 전달하는 저널리즘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실천해야 한다.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는 소문이나 주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팩트를 체크하고 가짜뉴스를 가려내야 한다. 언론은 기존의 뉴스 생산과 배포 방식을 벗어나 유튜브 등 새로운 플랫폼을 찾아가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플랫폼 업계도 추천 알고리즘을 개선하고, 허위 사실과 혐오 표현을 걸러내는데 필요한 기술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런 노력으로 언론이 숨김없이 진실을 얘기하고 있다는 믿음을 회복할 때, 언론은 유튜브를 이길 수 있다.

강희경 영상팀장 kstar@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