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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중국의 셰익스피어 해금(2.11)

입력
2019.02.11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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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연극 '햄릿'의 중국 버전 '지단(Zidan) 왕자의 복수'의 한 장면. theshakespeareblog.com
셰익스피어 연극 '햄릿'의 중국 버전 '지단(Zidan) 왕자의 복수'의 한 장면. theshakespeareblog.com

중국 국무원이 1978년 2월 11일 아리스토텔레스와 셰익스피어, 찰스 디킨스의 작품을 해금했다. 1965년 5월 시작된 문화대혁명이 공식 종료(76.10)된 지 1년여 만이었다.

마오쩌둥 체제의 장칭 등 ‘4인방’이 추진한 사상문화대혁명(이하 문혁)의 공식 취지는 혁명 후 다시 고개를 디미는 전근대ㆍ봉건 문화 및 부르주아 근성을 일소해 마오 사상에 입각한 중국식 사회주의의 기틀을 굳건히 한다는 거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봉건 왕실을 주무대로 한 탐욕과 질투와 음모와 분열적 인간 군(群)들이 득시글거리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타깃이 된 건 그리 이상할 게 없었다. 19세기 자본주의와 빅토리아 왕조 시대의 가난과 착취를 주로 다룬 디킨스까지 포함된 건 다소 의외지만, 작품 속 가난이 60년대 중국인 대다수가 겪던 가난과 별 차이가 없었던 점이 껄끄러웠을 수도 있다.

1976년 9월 마오쩌둥이 숨졌고, 두 달 뒤 4인방이 체포되면서 문혁의 기반과 동력이 사라졌다. 그리고 당시 중국은 소련과의 분쟁 격화로 미국과 유럽 등 서구와의 관계 개선이 절실하던 때였다. 72년 닉슨의 중국 방문에 이어 79년 양국이 수교했다. 저 셋의 해금은 문화 개방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물론 검열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고 개방 속도는 무척 더뎠다.

셰익스피어가 대중적으로 확산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문혁 수준의 검열이 재현된 시진핑 체제 이후였다. 영국 왕립셰익스피어극단의 2017년 리어왕과 2018년 템페스트 베이징 공연 티켓은 연일 매진됐다. 푸젠성 푸저우(福州)에는 셰익스피어 재단 후원으로 스트렛퍼드어판에이번(Stratford-upon-Avon)의 셰익스피어 생가 복제건물이 연내 들어설 예정이다. 2000년대 초 양국 정부는 영국 정부 지원(180만 파운드)으로 셰익스피어 작품과 중국 고전을 각각 중국어와 영어로 번역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인과응보의 서사 안에 정치ㆍ사상의 자유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템페스트’도 그렇게 공식 희곡 버전으로 재탄생해 당국의 검열을 뚫고 무대에 올려지게 된 거였다. 베이징의 무대 위 셰익스피어의 운명에 다시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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