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곰 종주국’ 스웨덴 할그렌 대사
야콥 할그렌 주한스웨덴 대사가 지난달 28일 서울 성북동 대사관저에서 열린 첫 ‘스웨덴토크’에서 라곰을 설명하고 있다. 주한스웨덴대사관 제공

“라곰이 일 열심히 안 한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에요.”

균형적인 삶을 추구한다는 뜻인 스웨덴의 ‘라곰(Lagom)’ 문화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냐는 좌중의 질문에 야콥 할그렌 주한스웨덴 대사가 이같이 답했다. 그는 최근 서울 성북동 주한스웨덴대사관저에서 열린 첫 ‘스웨덴토크’ 행사에서 ‘라곰의 국가 스웨덴은 어떻게 세계 최고의 혁신을 이루었나’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올해 한국과 스웨덴 수교 60주년을 맞아 마련된 자리다. 페이스북으로 참여자를 모집했는데 하루 만에 조기 마감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70여명이 참석한 토크쇼에서 할그렌 대사는 “한국에서 ‘스웨덴은 복지가 잘돼 있어서 일을 안 하려고 할 텐데 어떻게 국가가 잘 굴러가죠?’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며 “라곰이 일을 덜하거나 적당히 하는 것이라 오해하면 안 된다”고 편견을 바로잡았다. 라곰은 바이킹의 건배사인 ‘라게트 옴(Laget omㆍ구성원 모두를 위해)’의 줄임말로 바이킹들이 약탈을 끝낸 후 모여 잔에 술을 채우고 이를 돌려가며 공평하게 나눠 마시는 것에서 유래했다. 현대에선 조화로운 삶을 지향하는 스웨덴의 문화를 라곰으로 칭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일과 삶의 균형이 중시되면서 2년 전부터 라곰 따라잡기가 한창이다. 관련 서적과 강연들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라곰이 도대체 뭐길래. 할그렌 대사는 “라곰은 적당히 일하는 게 아니라 일할 때는 열심히 하고, 그 외에 쉴 때는 일에서 완전히 벗어나 가족, 지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재충전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물론 탄력적인 노동시간 등 사회 복지제도가 이를 든든히 뒷받침해주는 영향이 크다. 그도 “한국에서 주 52시간 제도가 이제 정착됐지만 스웨덴은 주 37~40시간이 일반적”이라며 “편안하게 쉴 때 새로운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생기고, 이런 아이디어가 삶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라곰 문화가 삶을 개선하는 아이디어를 만들고, 이 아이디어가 결국 사회를 발전시킨다는 설명이다.

여전히 노동강도가 높은 한국에서는 라곰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청중의 지적에 그는 양국의 공통점부터 꼽았다. 그는 “한국은 구글 대신 네이버를, 스냅챗 대신 카카오톡을 개발했고, 성공했다”며 “작은 나라지만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굉장히 창의적이라는 점에서 스웨덴과 닮았다”고 했다.

야콥 할그렌 주한스웨덴 대사는 지난해 9월 새로 부임했다. 주한스웨덴대사관 제공

할그렌 대사는 작은 데서부터 라곰을 시작할 것을 권했다. 그는 “스스로 ‘매사에 최고여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것부터 라곰을 실천해보라”고 했다. 실패해도 괜찮다고 했다. 그는 “스카이프, 스포티파이 등 유럽 내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 30개 중 6곳이 스웨덴에 있다”며 “라곰을 바탕으로 해 실패해도 괜찮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어 가능한 일이다”고 설명했다. 일과 삶의 조화뿐 아니라 개인과 공동체의 조화로운 관계를 추구하는 것도 라곰이라고 그는 말했다.

행복지수(10점 만점)를 묻는 질문에 9점이라 답한 그는 “실패하더라도 새롭게 시도해보고,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균형점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사회가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한스웨덴대사관은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매달 ‘스웨덴토크’를 진행해 한-스웨덴 양국간 이해의 폭을 넓힐 계획이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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