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왼쪽)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을 방문해 온누리상품권으로 물건을 사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전국의 전통시장 1,400여 곳과 상점 18만여 곳에서 쓸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이 설 연휴 전 ‘완판’됐다. 할인된 가격에 현금화하는 일명 ‘상품권 깡’도 유행하고 있다. 10% 할인된 금액에 살 수 있었던 게 예년에 없었던 기현상의 이유다.

2일 온누리상품권 판매기관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에 맞춰 추가로 준비한 5,000억원 상당의 온누리상품권이 모두 동났다. 서울 중구의 한 은행에서 근무하는 이모(30)씨는 “아침마다 은행 앞에 줄을 엄청 길게 섰다”며 “상품권 3,000장이 다 나간 뒤에도 계속 찾아오는 고객들을 돌려보내느라 진땀을 흘렸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달 21일부터 31일까지 온누리상품권 구매 할인율을 기존 5%에서 10%로 늘리자 상품권을 구하려는 이들이 첫날부터 전국 은행지점에서 장사진을 쳤다.

9,000원에 구입한 상품권으로 1만원어치 물건을 살 수 있는데 1인당 월 구매한도는 50만원이다. 상품권 할인 금액은 정부가 예산으로 보조한다.

대구에 사는 조모(40)씨는 “이웃이 알려줘서 얼른 은행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준비된 수량이 떨어졌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며 허탈해했다.

문제는 전통시장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한 온누리상품권이 정작 전통시장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액면가보다 10% 싸게 구매한 상품권을 사설 거래소로 가져가면 수수료 4~6%를 제하고 현금으로 교환하는 게 어렵지 않다.

/그림 2종이 온누리상품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홈페이지 캡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도 온누리상품권 거래를 희망하는 게시물이 하루에 100건 이상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사업자등록증만 있으면 온누리상품권을 은행에서 다시 현금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상인들은 가족과 지인까지 동원해 상품권을 구매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상품권 구매자는 “상품권 10만원어치를 9만원에 사서 9만5,000원에 되팔 수 있는데, 다섯 번만 하면 2만5,000원이 금방 생기니 이득 아니냐”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은 울상이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상품권이 불티나게 팔렸다는 소식에 기뻤던 것도 잠시, 실제 고객 수는 별 차이가 없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최근 3년간 온누리상품권 부정거래 적발 건수는 불과 14건에 그쳤다. 같은 기간 상품권 판매액 3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터무니 없는 건수라 “좀 더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부정유통으로 적발되면 가맹취소와 함께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상품권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한 방법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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