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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피해자 입장에서 권력형 성범죄 단죄한 안희정 2심 유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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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피해자 입장에서 권력형 성범죄 단죄한 안희정 2심 유죄 판결

입력
2019.02.02 0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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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위를 이용해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할 지위에 있었지만 위력을 행사한 증거가 없다’며 간음ㆍ강제추행 등 모든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위력에 의한 피해자 간음’이 있었다고 보고 정반대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특히 피해자 입장을 적극 고려하는 법원의 ‘성인지(性認知) 감수성’을 강조해 향후 유사 재판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서울고법 형사12부는 1일 피감독자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등 9개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앞서 검찰은 1심과 같이 “피해자의 성적결정권을 침해한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라며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이날 판결은 재판부가 비공개로 진행된 피해자 김지은씨와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고 1심에서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한 ‘위력’을 폭넓게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재판부가 ‘업무상 위력’이 반드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유형적 위력일 필요는 없다고 보면서 안 전 지사의 지위와 권세 자체가 비서 신분인 김씨에게 충분한 ‘무형적 위력’이라고 판단한 것도 눈에 띈다. 업무상 상하관계가 수반될 경우 가해자의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화간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또 사회적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사소한 부분에서 다소 일관성이 없거나 최초 진술이 불명확하게 바뀌었다 해도 그 진정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해 ‘미투’사건 판결의 새 방향을 제시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김씨는 “진실을 있는 그대로 판단한 재판부에 감사한다”고 밝혔고 여성계 등 시민단체도 판결 취지를 크게 반겼다. 안 지사 측이 “(와인바 동행, 미용실 이용 등) 김씨가 도저히 피해자라고 볼 수 없는 행동을 했다”며 그동안 줄곧 진술의 신빙성을 깎아 내렸으나 재판부가 성폭력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해선 안된다고 일침을 놓았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이 미투를 넘어 ‘위드유’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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