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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대우조선 '메가 조선사'… 조선업 20년 구조조정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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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대우조선 '메가 조선사'… 조선업 20년 구조조정 끝낸다

입력
2019.02.01 04:40
수정
2019.02.01 07: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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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2 체제 재편, 출혈경쟁 예방… 대우조선 주식 현물 출자ㆍ신주 발행 유력 

대우조선해양 본사.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대우조선해양 본사.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외환위기 이후 20년간 정부 우산 아래 머물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31일 매각 방침을 공식화했다. 우선 국내 2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과 매각 협의를 진행 중인데, 두 회사가 합쳐지면 세계 1,2위 조선사가 결합하는 ‘메가 조선사’로 거듭나게 된다. 정부로선 국내 조선업계를 ‘빅3’에서 ‘빅2’ 체제로 전환시키며, 지난 20년간 매듭짓지 못했던 조선산업 구조조정의 마지막 결단에 나서는 셈이다.

 ◇전격 매각 결단 배경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ㆍ합병(M&A)에 관한 조건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통해 사실상 정부가 대우조선 매각을 선언한 셈이다.

이는 ‘조선업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때가 됐다’는 정부 내 공감대와 ‘더 이상 미뤄서는 국내 제조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위기감이 맞물린 결과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세계 최고로 불리던 국내 LED 산업이 지난해 중국의 추격에 무너지는 것을 보며, 고용효과가 큰 조선, 자동차 산업 등의 체질개선을 미루다간 남은 경쟁력마저 잃을거란 위기감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조선업황이 살아난다고는 하지만, 이는 액화천연가스(LNG)선 특수 등 다분히 일회성 요인에 의한 착시로 볼 수 있다”며 “규모와 기술력을 갖춘 민간회사 경쟁체제를 빨리 만들어야 장기적으로 조선업이 발전할 수 있을 거라 봤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그간의 군살빼기 노력으로 대우조선의 재무구조, 수익성이 개선된 점도 감안됐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 교수는 “세계적으로 조선업 발주가 늘고 있는데, 국내 조선사들 간 제살깎기 수주 경쟁을 사전에 막는 예방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수정 대우조선해양 매각 일지_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수정 대우조선해양 매각 일지_김경진기자

 ◇대우조선 어떻게 파나 

산은은 우선 현대중공업을 매각 파트너로 골랐다. 이동걸 회장은 “일반적인 M&A와 달리 복잡한 거래 구조를 띠고 있어 공개매각 절차는 불가능했다”며 “조선업을 주력으로 하는 대기업 현대중공업과 산업재편 필요성 등에 공감대를 이뤄 우선 상대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양측은 대우조선을 넘길 중간지주회사를 새로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먼저 기존 현대중공업을 ‘조선통합법인’과 ‘사업법인’으로 물적 분할한다. 이후 상장사인 조선합작법인을 중간지주회사로 삼아 그 아래 현대중공업 사업법인, 삼호중공업 미포조선 등 기존 자회사 3곳과 대우조선이 수평 배치되는 형태다.

산은은 보유한 대우조선 주식 전부(55.7%ㆍ5,974만8,211주)를 조선통합법인에 현물 출자하고, 그 대가로 조선합작법인이 발행하는 신주(상환전환 우선주 1조2,500억원 어치+보통주 600만9,570주)를 받는다. 당분간 산은이 대우조선 지배회사의 2대주주가 되는 모양새다.

산은이 지분을 현금을 받고 파는 방식 대신 지분 형태로 맞교환하는 건, △그간 투입된 공적자금 규모보다 매각가가 훨씬 적다는 비판을 일단 피하고 △장기적으로 대우조선의 발전을 위한 지원군 역할을 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남은 변수는 

다만 현대중공업 인수가 확정된 건 아니다. 이동걸 회장은 “다른 잠재매수자인 삼성중공업에도 인수의향을 타진해, 현대중공업 조건과 비교해 최종 인수자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은은 이날 삼성중공업에 인수제안서를 보냈다. 삼성중공업은 “구체적인 내용은 검토가 필요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삼성중공업이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까지 한달 안팎이 소요될 것으로 산은은 내다보고 있다.

산은이 그간 대우조선 정상화에 투입한 수조원대 공적자금을 언제 얼마나 회수할 수 있느냐도 큰 변수다. 1999년 대우중공업 워크아웃과 함께 정부 소유가 된 대우조선은 2008년 한화그룹으로 매각이 추진됐으나 무산됐다. 2010년대 들어 세계적인 조선업 불황으로 사세가 기울며 2015년엔 5조원대 분식회계 사건까지 겪었다. 이 과정에서 대우조선엔 2차에 걸쳐 7조~10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산은이 당장 2조원 남짓의 현재 지분가치만 받고 대우조선에서 발을 빼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각국 경쟁당국의 합병 심사 등을 감안하면 대우조선 매각 완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세계 조선업황이 현재의 회복세를 유지할 지도 관심사다. 불황은 자칫 신생 메가 조선사에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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