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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런 흥행 돌풍은 없었다… ‘극한직업’ 1000만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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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런 흥행 돌풍은 없었다… ‘극한직업’ 1000만 가나

입력
2019.01.31 16:49
수정
2019.01.31 19:3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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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한직업’은 범인을 잡기 위해 치킨집을 차린 마약반 형사들의 활약을 유쾌하게 그린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극한직업’은 범인을 잡기 위해 치킨집을 차린 마약반 형사들의 활약을 유쾌하게 그린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지금까지 이런 흥행은 없었다. 영화 ‘극한직업’의 인기를 대박, 잭팟에 비유해도 지나치지 않다. 23일 개봉해 30일까지 445만8,240명(영화진흥위원회)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400만 돌파에 8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베테랑’(9일) ‘변호인’(11일) ‘국제시장’(12일) ‘7번방의 선물’(12일) 등 1,000만 영화들보다 빠른 흥행 속도다. 순제작비 65억을 들인 ‘극한직업’은 손익분기점 230만명을 넘어 이미 제작비를 회수하고 그 이상으로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웬만한 블록버스터 부럽지 않다.

‘극한직업’은 실적 부진으로 해체 위기에 놓인 마약반 형사들이 범죄조직 아지트 앞 치킨집을 인수해 잠복 수사를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위장 창업이지만 찾아오는 손님을 내보낼 수는 없어서 임기응변으로 갈비 양념 치킨을 만들어 내놓았는데 일약 맛집으로 소문이 난다. 밀려드는 손님맞이에 어느새 수사는 뒷전. 범인 대신 닭만 잡고 있는 형사들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폭소를 자아낸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한동안 한국영화가 정치, 역사, 사회고발 같은 거대 서사에 쏠리면서 피로감을 느낀 관객들이 일상적인 감정과 신선한 웃음에 호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마약반 반장 고 반장(류승룡)이 치킨 주문 전화를 받고 자동응답기처럼 읊는 이 대사는 어느새 유행어가 됐다. 영화 ‘과속스캔들’(2008)과 ‘써니’(2011)를 각색하고, ‘스물’(2015)과 ‘바람 바람 바람’(2018)을 연출하며 코미디 외길을 걸어 온 이병헌 감독의 재능이 이번 영화에서 만개했다. 강유정 평론가는 “이병헌 감독은 매번 다른 소재와 문법으로 웃음을 만들어 온 코미디 장인”이라며 “‘극한직업’은 언어유희와 소소한 반전, 대사의 리듬감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그래픽=박구원 기자
그래픽=박구원 기자

‘말맛’이 살아 있는 세련된 코미디는 극장가 큰손인 20~30대를 움직였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3일부터 30일까지 ‘극한직업’을 본 관객 중 20대는 37.3%로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전체 20대 평균 34.1%보다 3.2% 포인트 높다. 30대 관객도 24.7%로 평균(23.5%)을 웃돌았다. 다른 연령대에서는 평균보다 낮거나 비슷하게 나타난 것과 대조적이다.

20~30대는 입소문 전파에도 적극적이다. ‘극한직업’은 개봉 첫 주말인 26일과 27일에 각각 99만5,135명과 103만2,770명을 동원했다. 일일 관객 100만명도 놀랍지만, 토요일보다 일요일 관객수가 많은 것도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황재현 CGV 홍보팀장은 “20~30대의 입소문이 관객 증가에 상당한 동력이 됐다”며 “영화에 대한 관심이 전 연령대로 확산하고 있어 설 연휴까지 흥행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진운도 도왔다. 30일 ‘뺑반’이 개봉하기 전까지 눈에 띄는 경쟁작이 없어 ‘극한직업’이 스크린을 독식했다. 일일관객 100만명을 돌파한 27일에는 전국 1,977개 스크린에서 1만626회 상영돼 상영점유율이 54.7%에 달했다. 극장들이 하루 종일 ‘극한직업’만 틀어댄 셈이다. 전국 극장의 전체 좌석 중 ‘극한직업’에 배정된 좌석 비율도 61%까지 치솟았다.

영화 관계자들은 설 연휴에 ‘극한직업’이 ‘뺑반’과 시너지를 내면 1,000만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코미디 영화 1,000만 돌파는 ‘7번방의 선물’(2013)에 이어 두 번째다. 주연배우 류승룡은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와 ‘7번방의 선물’ ‘명량’(2014) 에 이어서 4번째 1,000만 영화를 보유하게 된다.

지난 연말 개봉한 기대작 ‘마약왕’과 ‘스윙키즈’, ‘PMC: 더 벙커’가 200만명도 넘기지 못하고 좌초하는 바람에 잔뜩 움츠러들어 있던 한국영화계도 신바람이 났다. ‘극한직업’의 흥행이 위축된 영화시장에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동안 위축됐던 제작 투자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한 중견 제작자는 “배우와 감독의 이름값이 아니라 참신한 기획이 중요하다는 기본을 ‘극한직업’이 깨닫게 했다”며 “대작 영화의 잇따른 실패로 패배주의에 젖어 있던 제작자와 투자자들에게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여름과 겨울, 설과 추석 등 특정 시기에 영화가 몰리던 과당 경쟁에도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의 제작자는 “영화들이 개봉 시기를 안배하면서 공정 경쟁을 하면 충분히 상생할 수 있다”며 “‘극한직업’의 흥행이 ‘뺑반’의 흥행으로 이어지는 낙수효과도 기대해 볼 만하다”고 전망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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