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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북미 정상회담, 이대로는 위험하다

입력
2019.01.31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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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 정상회담이 임박해 있다. 베트남에 정상회담 장소 확정을 위한 실사단이 파견됐다는 기사와 함께 북한에 제시할 수 있는 당근책에 대한 안도 하나씩 나오고 있다. 실무협상을 주도하는 비건 대북특별대표의 아이디어를 전제로 한미일과 EU 등이 현찰을 각각 내어 은행에 예치한 후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이행 할 때마다 인센티브처럼 돈을 주자는 안도 제시됐다. 이 안은 개성공단 재개처럼 돌이키기 힘든 경제적 지원보다는 북한 행동에 따른 안전장치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북한 비핵화의 조건들이다. 협상 초기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폐기 또는 축소에 포커스가 맞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최근 기사만 봐도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의 폐쇄를 확인했다며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데, 이런 것들은 지극히 미국의 시각에서 보는 내용이다. 동창리 미사일시험장은 ICBM을 개발하는 곳이다. 미국에는 위협이 될 무기지만, 최소 사정거리 등 기술적 측면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와는 관계없는 무기체계다.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인 내년 하반기까지 북한의 비핵화는 기술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질서 수호’라는 미국의 전통적 가치보다는 ‘미국에 대한 위협 제거’라는 성과 홍보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되나. 미 국방정보국(DIA) 보고에 따르면 북한 보유 핵탄두는 무려 65발 이상이다. 협상결과에 따라 이 65발 이상의 핵탄두 중 상당수가 남게 된다.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ICBM의 제거를 통해 정권을 보장받고, 경제적 활로를 찾은 후 우리에게 군사적 압박을 한다면 그것을 어떻게 억제할 것인가. 북한은 중거리탄도미사일인 무수단 미사일 발사대 27대가 있다. 또 사정거리 1,300km인 노동미사일 발사대 27대, 사정거리 300~1,000km의 스커드미사일 발사대 36대가 있다. 우리나라를 공격할 수 있는 이 90대의 미사일 발사대 중 상당수에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을 장착하고 일시에 사격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방어할 능력이 없다. 북한 핵탄두의 위력은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리틀보이’ 원자탄의 10배 이상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북한과 사이가 좋으면 우리에게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상주의적 견해는 참으로 위험하다. 연료가 부족한 북한 공군은 거의 비행훈련을 하지 않는데, 올겨울 동계훈련에서 북한공군은 예년에 거의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전투기들이 실제 비행을 했다. 남포 근처의 온천기지, 황해도 북쪽 과일기지, 백령도 건너편 태탄기지 등에서 집중적으로 이륙하는 이 전투기들은 밤 10시까지 비행을 했다. 야간전 능력이 거의 없는 북한 공군 전투기들의 특성상 야간 비행훈련을 한다는 것은 최상층부의 결심과 큰 그림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위험한 일이다.

또 황해도 해주 서쪽에 기존에 없던 최신예 지대공미사일 기지를 건설하고 있는 것이 상업용 위성에 포착됐다. 이 미사일은 사정거리 150km 이상으로 우리 충청도 지역까지 큰 위협이 된다. 남북관계가 좋은데 북한이 왜 이러나. 남북관계가 아주 좋았던 2002년에 우리해군 참수리357정을 기습 공격해서 침몰시키고 6명의 해군장병을 전사시킨 예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군이 철저히 대비해야 할 대목이다.

우리 측 대표단은 협상에 적극 개입해서 우리나라에 위협이 되는 것을 얼마나 제거하느냐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지, 결과가 어떻든 마냥 북미 정상회담 개최만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결코 국익과 부합하지 않는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우리나라에 축복이 되어야 한다. 또 다른 재앙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정부는 오직 대한민국의 안전과 국익만을 위해 협상에 임해야 한다. 민족의 화합과 번영은 그 다음 순서다.

신인균 경기대 한반도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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