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옵션 가능성 열며 직접 개입 시사 
 국내 라티노 지지율 및 중남미 패권 노림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이 베네수엘라 사태를 놓고 ‘군사 옵션’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에 대한 단순 지지를 넘어 베네수엘라에 대한 무력 개입도 불사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이 같은 태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미군 철수를 도모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결이 다르다.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따라 해외 분쟁 등 다른 나라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그간의 불개입 원칙과는 달리, 유독 베네수엘라에 대해선 ‘미국의 힘’을 과시하려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권은 27일(현지시간) ‘중대한 대응’을 언급하며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트위터에 “미국 외교와 베네수엘라의 민주적 지도자 후안 과이도(국회의장), 또는 의회에 대한 (마두로 측의) 어떠한 폭력과 협박도 법치에 대한 공격”이라며 “(마두로 대통령은) 중대한 대응에 봉착할 것”이라고 했다. 또 “마두로 정권에 대한 쿠바의 지원과 통제는 잘 알고 있다”면서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한 쿠바의 개입 가능성에 사전 쐐기를 박았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대행도 폭스뉴스에 출연, 마두로 대통령이 권력 이양을 거부할 경우 ‘군사 옵션’을 사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특정한 선택지를 테이블에서 내려놓는다면 그 일을 적절히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을 딱히 부정하지 않은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한 개입 제스처는 미국 내 ‘라티노’ 유권자를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멕시코 장벽’ 설치 문제로 곤경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국내 중남미계 지지가 절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여론조사 결과, 라티노의 트럼프 지지율은 50%다. 1년 사이 19%포인트나 올랐다. 고맙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벽 설치 문제로 라티노들이 자신을 외면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피력하고 싶었던 것이다. 마두로 대통령 축출에 대한 노골적 지지 역시 미국 내 라티노 여론이 반(反)마두로에 쏠려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 등 세계 각국 여론이 대체로 ‘마두로 하야’에 쏠리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힘을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미국의 목소리를 내기 나쁘지 않은 환경인 셈이다.

보다 근원적으로는 미중 간 중남미 패권 싸움의 한 부분으로도 볼 수 있다. 베네수엘라와 쿠바 등 중남미의 대표적 반미 국가이자 좌파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베네수엘라의 중국에 대한 채무가 10년간 500억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석유 부국 베네수엘라를 중남미의 무역 동반자로 남겨두고 싶은 게 중국의 입장이라면, 중국의 자리를 빼앗고 싶은 게 트럼프 대통령의 셈법일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베네수엘라 사태가 미중 간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는 것 역시 이 같은 배경과 무관치 않다.

한편 미국의 ‘중대한 대응’ 경고에도 불구,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국방장관과 함께 수도 카라카스 서쪽 근교 군 부대를 방문해 러시아제 대공 기관총 및 휴대용 대전차미사일 발사 훈련을 참관했다. 군부가 여전히 자신의 통제권하에 있음을 과시한 것이다. 반면, 마두로 대통령의 대척점에 있는 ‘임시 대통령’ 과이도 국회의장은 카라카스의 한 성당에서 미사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마두로 정권 전복에 도움을 주는 군인들은 새 행정부에서 사면하겠다”며 마두로 축출에 군부가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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