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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환자는 성장 과정까지 고려… 어른 수술과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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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환자는 성장 과정까지 고려… 어른 수술과 많이 다르다”

입력
2019.01.29 05: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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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채연 고려대안산병원 소아외과 교수 

 “어른처럼 의사소통 쉽지 않아… 숙련된 전문의 진료 꼭 받아야 

 자녀 행동이 평소와 다르면 몸에 이상 없는지 잘 살펴야” 

18세 이하 소아청소년의 수술을 전문적으로 시행하는 진료과가 ‘소아외과’다. 한두 가지의 장기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외과적 질환을 다룬다. 하지만 국내 소아외과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전문의는 30명 정도에 불과하다. 인구 10만명당 0.06명 정도로 미국(0.77명), 일본(0.71명)의 10분의 1 수준도 되지 않는다.

대학병원에서도 소아외과가 없는 곳이 허다하다. “소외외과가 멸종 위기”라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 얘기가 아니다. 소아외과는 외과수술 가운데에서도 고난도 기술을 익혀야 하는 과인데도 불구하고 턱없이 낮은 수가로 인해 병원과 전공의들이 선택을 외면하는 악순환이 반복돼 온 탓이다.

오채연(39) 고려대안산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국내 소아외과 분야에서 임상경험이 풍부한 몇 안 되는 소아외과 전문의다. 2010년 삼성서울병원 전공의를 시작으로 서울대어린이병원을 거쳐 고려대안산병원에서 소아탈장부터 선천성 항문폐색, 각종 암까지 소아외과 환자의 모든 진료와 수술을 전담하고 있다. 특히 복강경 충수염(맹장) 수술 시 배꼽으로만 구멍을 뚫어 상처가 거의 보이지 않도록 하는 단일공 수술 전문의로 유명하다. “어린이 환자들이 잘 나아서 웃는 것을 보는 것이 즐거워 소아외과를 택했다”는 오 교수는 “같은 수술이라면 어린이가 어른보다 회복이 훨씬 빠르고, 어린이 수술은 일부 암을 제외하고는 거의 완치할 수 있다”고 했다.

 -소아외과에서는 어떤 병을 진료하고 수술하나. 

“신생아부터 18세 이하 어린이가 앓고 있는 거의 모든 외과 질환을 담당해 치료한다고 보면 된다. 항문폐쇄, 식도폐쇄, 선천성 거대결장, 장무공증, 횡격막결손증, 선천성 담도폐쇄 등 다양한 선천성 기형과 서혜부(사타구니) 탈장, 소아 외상, 소아 종양에 이르기까지 어린이 환자에 특화된 진료를 광범위하게 맡고 있다.

예컨대 서혜부 탈창은 복벽의 정상적인 조직으로 막혀야 할 곳이 그렇지 못해 생긴 좁은 통로로 장이 혹처럼 튀어나와 생기는 병이다. 통상 정상 신생아 중 3~5%, 미숙아 가운데 10~30%에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에는 통증 없어 미리 알아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갓난아기는 기저귀를 갈거나 목욕을 시킬 때 사타구니의 좌우 대칭 여부를 살피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간혹 아이가 울다가 배에 힘이 들어가 장에 통증이 와 응급실로 와서 발견하기도 한다. 서혜부 탈장은 그대로 둔다고 자연히 없어지지 않고 장 괴사나 천공, 복막염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반드시 수술해야 한다.”

 -어린이 수술이 성인 수술과 양상이 비슷한가. 

“전혀 그렇지 않다. 어린이는 ‘작은 성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다. 수술의 원칙뿐만 아니라 치료과정이 많이 다르다. 어린이 수술은 신체의 성장 정도, 손상에 대한 반응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성장과정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앞으로 살 날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수술 등 치료할 때 문제가 생기면 향후 인생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주 세밀한 수술계획을 세운 뒤 수술에 임한다. 게다가 나이 어린 환자들은 증상을 스스로 표현할 수 없기에 어른처럼 의사소통을 통한 진단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어린이 수술은 전적으로 의료진의 판단하에 진행해야 하므로 숙련된 의사의 전문적인 진료가 절대적이다.

덧붙여 어린이 환자는 어른 환자와 달리 진료를 시작하는 과정에서부터 병원과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울거나 떼를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환자의 부모들도 어린 자녀의 증상이나 아픈 부위를 정확히 모를 수 있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환자와 의료진이 교감할 수 있도록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한, 평소 부모들은 자녀의 행동이 평상 시와 다르다면 그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질병의 빠른 발견과 완치에 도움이 된다.”

 -소아외과 의사가 된 것을 후회하지는 않나. 

“국내 소아외과 전문의가 많지 않아 어려운 점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어린이들의 건강한 삶과 미래를 위해 선택한 전공이기에 전혀 후회는 없다. 어린이 응급환자까지 담당해야 하기에 병원에 오래 체류해야 하지만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퇴원하는 모습을 보면 소아외과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책임감을 느낀다.”

경기 안산ㆍ시흥 지역에서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인 고려대안산병원은 어린이 환자가 많은 지역 특성에 맞춰 어린이 진료에 있어 모든 분과별로 전문의를 배치했다. 소아청소년과에만 14명의 전문의가 있고, 소아외과 소아심장과 소아정형외과 등 다른 진료과에서 어린이 진료가 가능한 의료진을 합치면 26명의 소아전문의가 근무 중이다. 특히 2017년에 소아심장 전문의인 신홍주 교수를 영입한 데 이어, 2018년에는 소아외과를 개설해 어떤 어린이 환자도 진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올해 안에 소아전문응급센터도 열 계획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오채연 고려대안산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같은 수술이라면 어린이가 어른보다 회복이 훨씬 빠르고, 어린이 수술은 일부 암을 제외하고는 거의 완치할 수 있다”고 했다. 고려대안산병원 제공
오채연 고려대안산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같은 수술이라면 어린이가 어른보다 회복이 훨씬 빠르고, 어린이 수술은 일부 암을 제외하고는 거의 완치할 수 있다”고 했다. 고려대안산병원 제공
오채연 고려대안산병원 소아외과 교수. 고려대안산병원 제공
오채연 고려대안산병원 소아외과 교수. 고려대안산병원 제공
오채연(왼쪽) 교수가 선천성으로 항문이 막힌 어린이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고려대안산병원 제공
오채연(왼쪽) 교수가 선천성으로 항문이 막힌 어린이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고려대안산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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