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방송 DJ 된 개그맨 김경식, ‘오늘의 문제’로 5년 만에 컴백 
 “17년 된 ‘출발! 비디오 여행’처럼 장수 프로그램으로 만들겠다” 
개그맨 김경식씨가 경기 수원시 경기방송 스튜디오에서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방송 제공

“인공지능(AI)도 못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목소리에 감정을 싣는 일이죠.”

개그맨 김경식(49)씨가 오랜만에 라디오방송 진행자로 돌아왔다. 경기와 인천, 충북, 강원 일부 지역을 가청권역으로 두고 있는 경기방송(99.9㎒)에서 오후 2~4시 진행하는 ‘오늘의 문제, 김경식입니다’가 무대다. MBC ‘2시 만세’에서 하차한 뒤 5년 남짓이지만 김씨는 라디오 복귀를 고대하고 있었다. 목소리로 표정 전달을 해야 하고, 문자나 전화 통화로 피드백이 수시로 이뤄지는 라디오의 아날로그식 감성에 매료됐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씨는 지난해 말 경기방송으로부터 출연 요청을 받았을 때 흔쾌히 수락했다.

김씨는 “멘트를 하면 문자나 인터넷으로 ‘컨디션이 좋은 가 봐요’ 등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온다”면서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목소리에 더 집중하고 상상해야 한다는 게 라디오의 매력이고 이런 매력은 인공지능 시대에도 여전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진행하는 프로는 본격 정치문제를 다루지는 않고 최근 발생한 중요 사건을 퀴즈로 풀어가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버스 난동이 일어나 112에 문자신고를 한 사건이 있었는데 출동경찰에 제공된 문자는 절반뿐이었다. 이유는?” “알고 보니 경찰이 문자 제한을 뒀기 때문이네요. 사건이 일어나자 바로 개선됐답니다”라는 식으로 퀴즈도 풀고 궁금증도 해결하는 방식이다.

김씨는 라디오 진행이 좋아 상품권도 자비를 털어서 주기도 했다. 선물이 있지만 더 주고 싶어서다. 김씨는 2년 내 동시간 대 라디오 프로그램 중 최고로 올라서겠다는 당찬 포부도 밝혔다. “물론 PD, 작가가 도와줘야 한다”는 우스개를 달았지만 눈빛만큼은 자신 있어했다.

어려서 화가가 꿈이었다는 김씨는 “군 시절 훈련소에서 내무반 동료 전체의 얼굴, 표정, 버릇을 스케치하고 기록했다”면서 “내 개그 소재는 이런 끊임없는 관찰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준비가 철저하다는 말이다. 그는 “방송에서 다방 여종업원이 껌을 씹는 모습이 자주 나오는데 난 그런 여종업원을 본 적이 없다”면서 “현실에서 관찰 없이 상상으로 연기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씨는 또 “중장년층들이 지금 빠른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데 본질을 보면 변하는 건 없다”면서 “단지 옷만 바꿔 입는 것이므로 두려워하지 말고 적응해 나가면 된다”고 조언했다. 개그 프로그램이 퇴출되는 현실에 대해서 “초등학생 정도가 그런 프로를 보며 웃는다. 시청률이 나오지 않으면 퇴출되는 것”이라면서 “대학가요제가 없어지고 오디션 프로그램이 생겼지만 노래 잘하는 사람을 뽑는다는 원칙은 같다. 환경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일부터 나오지 마세요’하면 ‘알았다’고 말하는 정글 같은 방송계에서 20여년을 버텼다”면서 “이런 세상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점점 그렇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대비하고 적응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첫 일주일은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지만 이제 자리잡아 가고 있다”면서 “17년째 하고 있는 ‘출발 비디오여행’처럼 이 프로그램도 내가 진행하는 장수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범구 기자 ebk@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피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