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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ㆍ임종헌 구속됐는데… 박병대 영장 재기각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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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ㆍ임종헌 구속됐는데… 박병대 영장 재기각 이유는?

입력
2019.01.24 17:17
수정
2019.01.24 23:4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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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고의ㆍ적극성 인정 어렵다”… ‘넘버1ㆍ넘버3에 떠넘기기’ 통한 듯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관여 의혹을 받는 박병대(왼쪽 두번째) 전 대법관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관여 의혹을 받는 박병대(왼쪽 두번째) 전 대법관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24일 새벽, 박병대 전 대법관은 이번에도 구속을 피했다. 사법농단 당시 대법원 최고위층 보고라인의 중간에 위치했다는 이유만으로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법농단의 책임을 위 아래,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넘겼던 박 전 대법관의 전략이 통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사법농단 주요 사건들이 ‘양승태-박병대-임종헌’의 보고체계로 이뤄졌다고 보고 이들간 공모관계 입증에 수사를 집중해 왔다. 박 전 대법관의 첫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그의 지시를 받았던 행정처 심의관들을 다시 불러 진술을 받고, 법원행정처 압수수색 등을 통해 물증을 보강했다.

하지만 법원은 박 전 대법관 영장을 다시 기각하면서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첫 영장 기각 때처럼 공모관계를 문제삼진 않았다. 이 같은 판단은 “나는 내 위치에서 일을 했을 뿐”이라는 박 전 대법관의 항변을 들어준 결과로 보인다. 사법농단의 핵심 사건에 대해 별도 보고체계를 운용해가며 직접 챙긴 양 전 대법원장과 달리, 박 전 대법관이 지시 받은 것 이상의 적극적인 행위를 했다고 판단하기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박 전 대법관 입장에선 주어진 업무 시스템 아래에서 관행적으로 일한 것이어서 박 전 대법관의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박 전 대법관은 일제 강제징용 소송 개입 사건에 대해 영장실질심사에서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난 뒤 대법원장에게 보고 드렸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고등학교 후배를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 재판 청탁을 받고, 그의 형사재판 정보를 무단 열람한 혐의에 대해서 법원은 “일부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있다"고도 했다. 재판정보 무단 열람 자체는 통상 벌금형 정도가 나오는 범죄라 구속 사유까지 된다고 보긴 어렵다는 얘기다.

법원 안팎에서 박 전 대법관을 지지하는 움직임이 계속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법관이 구속 위기에 처하자 대형 법무법인 소속 전관 출신 변호사들이 변호인단에는 속하지 않은 채 간접적으로 돕고 있다는 얘기도 들렸다. 법제처장 출신 이재원 변호사, 청와대 법무비서관 출신 황덕남 변호사, 이용훈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지낸 김종훈 변호사 등 서울대 법학과 76학번 동기들은 법원에 탄원서를 내고 “법원행정처장으로 법원을 위해 애썼다고 모두가 칭송하던 그가 하루아침에 범죄인으로 취급받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두 차례나 구속영장이 기각된 만큼 검찰은 재청구보다는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마무리한 뒤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다만 재판 청탁을 했던 고교 후배의 회사에 임 전 차장을 고문 자리에 앉히도록 한 부분은 제3자 뇌물죄 적용 여부를 추가로 검토키로 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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