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마르크스를 번역하는 이유? 한국 지성사 기초공사 제대로 하려”

알림

“마르크스를 번역하는 이유? 한국 지성사 기초공사 제대로 하려”

입력
2019.01.23 16:17
수정
2019.01.23 19:14
22면
0 0

[한국출판문화상 북콘서트] <3> 번역 부문 홍기빈 ‘카를 마르크스’

21일 서울 마포구 교보문고 합정점에서 열린 제 59회 한국출판문화상 북콘서트에서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21일 서울 마포구 교보문고 합정점에서 열린 제 59회 한국출판문화상 북콘서트에서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카를 마르크스가 유령처럼 된 현실을 보며 여러 번 좌절했죠. ‘마르크스는 위대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마르크스주의자와 ‘쿨하고 힙해 보여서’ 마르크스를 팝 컬처 아이콘으로 만든 이들, 두 축을 보면 그래요. ‘네 연구하지 웬 번역이냐’는 우려를 뒤로하고 제가 마르크스 전기를 번역하게 된 이유입니다.”

21일 서울 마포구 교보문고 합정점 배움홀에서 열린 2018년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 북콘서트.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이 ‘카를 마르크스’(아르테) 번역 부문 수상자로 연단에 섰다. 마르크스는 15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세계 사회과학사, 사상사 등을 관통하는 한편 현재까지도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 홍 소장은 “마르크스를 두고 이야기는 무성하지만, 정작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게 마르크스주의란 무엇이냐를 물으면 갖가지 다른 대답이 나온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홍 소장은 “마르크스가 한국에서 제대로 번역된 적은 별로 없다”고 진단했다. 불과 30년 전인 1987년까지 번역이 금지돼 있었고, 원본은 물론이고 번역본을 소지하는 것조차 죄가 됐던 시절의 탓도 있다. 하지만 홍 소장은 한국에서 ‘번역’이 갖는 의미와도 깊게 맞물려있다고 본다. ‘직접 연구를 하지 왜 남의 책을 번역하느냐’ 혹은 ‘영어로 다 알아서 읽을 텐데 뭣하러 한국어로 바꾸냐’는 지식인들의 태도가 마르크스 번역은 물론 핵심 텍스트의 ‘기초공사’를 부실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홍 소장은 “독창적 아이디어를 내는 연구는 가치가 크지만 그중 서양 이론을 차용하지 않은 논문ㆍ연구는 아주 소수”라며 “‘제대로’ 번역한 텍스트 하나가 한국 지성사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라고 했다.

홍 소장이 수많은 마르크스 전기 중 영국 런던대학 퀸메리칼리지 사상사 교수인 개러스 스테드먼 존스의 것을 택해 번역한 배경도 이와 맞닿아있다. “과대포장 혹은 과소평가돼 온 마르크스를 차분하고 냉정하게 바라보면서, 지성사의 맥락에서 그를 정확하게 조망한 책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마르크스와 마르크스주의 저작들을 읽어 온, 특히 19세기 역사와 정치사상사에 정통한 학자다. 홍 소장은 “책에는 독일의 법적 시스템이나 프랑스와 독일 간 관계 등 마르크스 이외 이야기가 4분의 1 정도 된다”며 “횡적인 역사적 흐름 속에서 마르크스를 비춰 본다는 점이 마음을 끌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북콘서트에 참석한 독자들은 마르크스를 번역으로 소화해 낸 홍 소장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현실에 지친 사람들을 지적 담론의 장으로 이끌 번역이란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데 특히 공을 들였다. “대중은 지적 호기심이 큽니다. 하지만 너무 어려운 학계 연구논문, 혹은 쉽게 풀려고 지나치게 과장된 책과 강연들 사이에 낀 안타까운 상황에 있어요. 양쪽이 반성할 수 있는 훌륭한 책을 발굴해 우리말로 옮겨내는 번역가들이 많아져 해요. 번역가들에게도 정당한 ‘시민권’을 줘야 합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