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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또 계약해지…“기술수출이 곧 신약 성공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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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또 계약해지…“기술수출이 곧 신약 성공 아냐”

입력
2019.01.23 17:4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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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이 다국적제약사 릴리와 맺은 류마티즘 관절염 신약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됐다. 한미약품은 이 신약을 향후 독자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로써 한미약품이 2015~16년 약 9조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한 6건의 계약 가운데 3건이 전부 또는 일부 해지됐고, 1건이 중단 후 재개되는 부침을 겪었다. ‘기술수출=신약성공’이 아니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된 것이다.

한미약품은 릴리가 2015년 3월 맺은 기술수출 계약을 통해 자사로부터 도입한 면역질환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HM71224)의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반환했다고 23일 공시했다.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 한미약품 제공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 한미약품 제공

당시 계약으로 릴리는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이 물질의 개발과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확보하고, 계약금과 단계별 기술료까지 최대 7억6,500만달러(약 8,000억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릴리는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HM71224의 임상시험 2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개발을 중단했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릴리는 이후 다른 질병에 대해 HM71224를 신약으로 개발하려고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이에 릴리는 HM71224의 개발을 중단하고 모든 임상자료와 권리를 한미약품에 돌려주기로 했다. 단 한미약품이 릴리에게서 이미 받은 계약금 5,300만달러는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지난 2015~16년 한미약품은 릴리를 포함한 6개 해외 제약기업과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총 규모가 약 9조원에 달해 ‘한미약품 신화’라 부르며 국내 제약산업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 올렸다. 그러나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은 임상시험 중 부작용으로 2016년 9월 해지됐고, 한미약품이 독자 개발을 시도했으나 환자 모집이 쉽지 않아 포기했다.

사노피와의 계약은 같은 해 12월 일부 해지됐다. 사노피가 개발하기로 한 신약 후보물질 3가지 가운데 1가지를 중단하고, 또 다른 1가지는 한미약품이 비용을 부담해 개발을 진전시킨 뒤 사노피가 인수한다는 내용이었다. 계약금의 절반인 1억9,600만유로(약 2,500억원)도 사노피에 반환했다. 얀센에 수출한 신약은 2016년 11월 임상시험 환자 모집이 유예됐다가 반 년 넘게 지난 뒤 재개됐다.

이번 계약 해지를 계기로 신약개발 성공률이 10%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해 기술수출을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개발 초기 단계에 수출된 토종 신약 기술이 실제 상업화 성공으로 이어진 사례는 아직 없다. 유한양행과 동화약품, 부광약품 등 여러 국내 제약사들도 신약 기술을 수출했다가 도중에 개발이 중단됐다.

우리나라 제약산업과 의료 분야 규모가 작다는 점은 신약 개발의 큰 걸림돌이다. 때문에 국내 제약사들은 투자비용과 임상시험 환자를 찾아 외국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부 글로벌 제약사들이 미래의 경쟁 제품 출시를 방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해당 기술을 사들이는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릴리는 HM71224과 비슷한 원리로 작용하는 또 다른 신약 기술을 보유한 미국 기업 록소 온콜로지를 이달 초 인수했다. 한미약품 신약의 임상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자 비슷한 다른 기술을 사들인 뒤 계약을 해지했다고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이번 권리 반환이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신약개발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며 “2, 3년 뒤에는 세계시장에서 판매되는 신약들이 나올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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