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사회’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8> 박경태 성공회대 NGO대학원 교수
“다문화 구획 정해 지원하기보다 보편 복지로 빈곤 가정 살피면 쉽게 해결”
박경태 교수는 “한 때 우리가 톨레랑스의 나라라고 믿었던 프랑스에서 최근 이민자의 후손이 차별, 핍박을 받고 테러리스트가 되고야 마는 걸 보면, 서구 모델이 과연 우리 미래인지 고민하게 된다”라며 “우리가 갈 다른 길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재훈 기자

“인간이 수천 년간 가지고 있었던 차별 의식과 최근 세상의 변화에 대한 불안감에 가짜 뉴스까지. 이 세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결합해 나타난 현상이 최근 한국 사회의 배타적 난민, 이민자 혐오예요. 레토릭(수사)으로서 다문화에 대한 강조는 엄청나게 이뤄지고 있지만, 오랜 시간 우리 사고를 지배해 온 단일민족에 대한 환상에 아직도 사로잡혀 있는 셈이죠.”

최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연구실에서 만난 박경태 성공회대 NGO대학원 교수는 최근 기승을 부리는 이민자 혐오의 배경으로 △기본적 차별 의식 △빠른 변화에 대한 불안감 △조직적으로 생산되는 가짜 뉴스 등 세 가지를 지목했다. 그러면서 “대학 강의실에서도 체감할 만큼 혐오나 적개심이 표면에 드러나고 있다”라며 “예멘 난민이나, 여성 집회에 대해 적극적인 반대 토론을 펼치는 모습은 전에 보지 못한 현상”이라고 우려했다.

이들 발화에서 박 교수가 공통으로 발견하는 것은 ‘불안감’이다. 또 이들에게 자신이 옳다는 확신을 주는 가짜 뉴스다. “전에 겪어 보지 못한 태도로 세상이 변하고 있잖아요. 고용은 줄고, 희망을 가질 근거도 없고, 남들이 모두 뛰기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조차 없는 상황. 내가 가지고 있는 알량한 기득권조차도 다른 성원에게, 이를테면 이주민에게, 여성에게 뺏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는 거죠. 이 불안감을 정확하게 타격하는 게 조직적으로 생산된 가짜뉴스고요.”

최근 들어 심화하고 있긴 하지만, 이런 이주민 혐오나 차별이 별안간 도드라진 현상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발견되는 인종주의의 출발점에는 몇 가지 역사적 맥락과 계기가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개화기에 ‘서구에 의해 문호 개방을 당했다’는 점에서 우선 열등의식이 형성된 측면이 있다”며 “동시에 아시아 국가들이 서구 문호를 경쟁적으로 고민 없이 도입하는 상황에서 백인들의 사상, 심지어 비백인에 대한 차별까지 우리의 생각인 양 가져온 게 출발점”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전쟁 동안에도 같은 상황은 계속됐죠. 1800년대 노예해방 선언 이후 흑인들에게 형식적인 동등권이 부여됐다고는 하지만 1950년대에 한국 사회가 만난 미국인들은 과거의 인종 서열을 그대로 가진 상태였죠. 백인, 흑인 군인들이 함께 살지도 않고 같은 식당에서 식사하지도 않았어요. 미군 기지 안의 클럽도 백인 따로, 흑인 따로. 민간이 운영하는 캠프 밖의 기지촌에서도 백인클럽 따로, 흑인 클럽 따로. 이 과정에서도 한국 사회가 인종서열 의식을 그대로 학습했죠.”

이후 최근까지 아시아 국가 중 경제적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여타 아시아 국가에 대한 우열 의식이 형성됐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입국하면서부터는, 과거엔 차별할 시간적, 공간적 여유가 없었던 나라들조차 차별할 여건이 마련돼 ‘밑에 깔린 사람들’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 흑인도 차별하고, 다른 아시아 국민도 무시하는 한국 사회의 독특한 인종의식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 사회의 변화는 성원들의 신념과 행동에서 나온다"며 "당사자는 물론 모든 구성원이 함께 혐오를 멈추라고 외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재훈 기자

그는 “1950~60년대 인권운동으로 인종주의에 대한 차별, 혐오가 줄어들었다가 신자유주의식 구조조정 이후 고용 불안, 경제 위기 등으로 배타적 특성이 다시 커지고 있는 것은 세계 공통 현상”이라면서도 “한국에는 강한 민족주의 정서, 일부 극우 개신교 세력의 캠페인이라는 독특한 두 요소가 강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다문화에 대한 찬양이라 할 정도로 언급도 많고 각종 정책이 쏟아지지만 이건 단지 공식적 측면에서만 그러한 게 아닌가 싶어요. 독재 정권이 강조했던 단일민족에 대한 환상, 단군 할아버지를 시작으로 한 단일민족 정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죠. 게다가 이슬람 위협론을 내세워 반 외국인, 반 다문화, 반 이주민 캠페인을 열심히 벌이고 있는 극우 개신교 세력이 기존 반공 진영과 연결되며 만만치 않은 힘을 가지고 생산하는 혐오는 한국 사회에만 존재하는 현상이죠.”

박 교수는 ‘난민들이 내 걸 뺏어갈지 모른다’는 오해가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르다고 본다. 노동시장을 놓고 볼 때 이주민은 한국사회에서 오랜 기간 국내 노동자들과 경쟁 관계라기보단 보완 관계로 기능했기 때문이다. 그는 “내국인이 떠난 3D업종을 채우고 있는 구조인데 유일하게 최근 경쟁 관계가 발생하기 시작한 분야가 건설노동과 돌봄노동”이라며 “이 두 분야는 주로 동포 노동자가 취업하는 분야”라고 했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은 정해진 공장에서만 일하기에 국내 노동자와 경쟁 관계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요. 최근 ‘저것들 때문에 우리가 굶어 죽겠다’라는 식의 격렬한 반응이 나오는 분야를 보면 주로 ‘조선족’ 노동자들이 취업하는 분야에요. 건설노동자 등. 이들은 타 국민과 다르게 이주노동 정책이 아니라 동포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혈연주의에 기반해 입국한 이들이기 때문에, 외국인과 달리 취업 가능 섹터도 더 넓게 열려 있죠.”

이런 노동자들 간의 경쟁 관계는 소위 ‘조선족 혐오’가 아닌 동일노동 동일임금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동포 노동자들이 적잖은 일자리를 장악해 나가는 이유는 일을 더 싸게 하기 때문”으로 “내외국인 간 임금 격차를 없애야 이런 경쟁도 줄어든다”는 지적이다.

“독일이 통일될 때 서독 노총에서 요구했던 게 동독 노동자들에게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지급하라는 것이었어요. 안 그러면 값싼 동독 노동자에게 모든 일이 쏠리고, 노동자들의 지위도 함께 지키기 어려워지기 때문인 거죠.” 모든 노동자의 처우에 대한 개선을 해나갈 때 내외국인 노동자들의 권리를 함께 지킬 수 있다는 얘기다.

그가 보는 다문화 가정 지원 방법론도 비슷하다. ‘다문화’로 별도 구획을 해 특정 지원을 해나가기보다는 보편 복지를 통해 많은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도록 하자는 것. 박 교수는 “소위 다문화 지원을 하겠다면서 한 학급에서 다문화 가정 아이들만 뽑아 놀이공원으로 현장 학습을 보내 주는 식의 거친 지원이 너무 많다”라며 “이를 보는 다른 가난한 집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냐”고 꼬집었다.

“우리 사회에는 ‘다문화 가정 아이는 당연히 차별받는다’라는 환상이 있는 것 같아요. 이들의 어려움은 대부분 ‘다문화 가정’이라서가 아니라 ‘빈곤 가정’이라 발생한 것들이에요. 보편 복지로 빈곤 가정, 위기 가정을 적극 보살피면 저항 없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죠. 교육도 마찬가지예요. ‘다문화 가정 친구를 차별하면 안 돼요’라고 가르칠 게 아니라 ‘친구를 차별하는 건 나쁜 거예요’라고 가르치면 될 일이죠.”

박 교수는 한국 사회의 이민자, 난민, 다문화 혐오를 타개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인권과 민주주의 교육,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여러 연구를 통해 가해 학생을 조사해보면, 피해 아이가 피부색이 달라 괴롭힌 게 아니”라며 “가해 학생은 가난한 아이도, 피부색이 다른 아이도, 뚱뚱한 아이도, 공부 못하는 아이도 놀리고 괴롭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를 민주적으로 운영해 나가면서 삶으로서 아이들에게 인권 감수성의 중요성을 가르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도에 관해선 당연히 차별금지법 없이 혐오의 종식은 불가능하다고 봐요. 이 법이 가로막혀 있는 현실 자체가 우리 사회 힘의 불균형을 잘 보여 주죠. 한편으로는 우리가 차별금지법의 반대 세력, 즉 일부 극우 기독교계의 성실함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도 들어요. 잠도 안 자고 댓글 달고, 국회며 정부 청사며 쫓아다니는 힘을 보세요. 차별금지법을 요구하는 이들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혐오를 멈추자고 요구해야죠.”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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