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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다 흔들린 이순신상, 이번엔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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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다 흔들린 이순신상, 이번엔 괜찮을까

입력
2019.01.22 18:19
수정
2019.01.23 09:0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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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새단장에 이전 논란 재점화

1979년 고증 지적에 철거 위기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으로 무산

2004ㆍ2009년에도 이전 논의

광화문 재구조화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야경투시도. 서울시 제공
광화문 재구조화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야경투시도. 서울시 제공

잊을 만 하면 반복되는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과 세종대왕 동상 이전 논란이 또 다시 재현될 조짐이다. 광화문광장을 새단장하려는 서울시가 두 동상의 자리를 옮기는 내용의 설계안을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하면서다.

이 당선작의 대표 설계자인 진양교 ㈜CA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는 22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산에서 내려와 북악산과 남산을 지나 관악산까지 이어지는 조선의 축선을 되살리기 위해서 그 축 안의 동상 위치가 적합하냐는 논란이 많아 이전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 나라의 상징 축은 누구의 점유도 아닌 만큼 비워두고, 두 위인은 자리를 옮겨 축을 비껴서 수호해주는 것이 맞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당선작은 세종대왕상과 이순신장군상을 각각 세종문화회관 옆과 옛 삼군부 터인 정부종합청사 앞으로 옮기자고 제안하고 있다.

시가 ‘새로운 광화문 프로젝트’로 이름 지은 이번 광화문 재구조화의 기본 방향이 600년 역사성을 회복하자는 데 있는 만큼 동상 이전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광화문광장을 진정한 의미의 열린 공간으로 되살려 시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광장을 비워내야 한다는 것이다. 광화문광장에서 경복궁과 그 너머 북악산으로 이어지는 경관은 높이 17m인 이순신장군상(1968년 설치)에 가로막혀 있다. 250m 떨어진 세종대왕상(2009년 설치)도 광화문광장 한가운데 위치해 공간 활용에 불편을 줄 수 있다.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에 걸맞지 않게 지나치게 크고 권위적인 모습을 띤다는 지적도 꾸준했다.

동상 이전은 잊을만하면 되풀이돼왔지만 그때마다 반대 여론에 무산됐다. 이순신장군상은 실제 철거 위기에도 놓였다. 역사적 고증이 잘못됐다는 문화재 전문가들의 잇단 지적과 시민 여론에 밀려 시가 1979년 당시 문공부에 동상을 다시 만들어 세울 것을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사망으로 흐지부지됐다. 2004년 이명박 시장 때도 시청 앞 광장으로 이전을 추진했지만 시민들의 반대에 자리를 지켰다. 2009년 세종대왕상이 들어설 때도 광화문광장의 대표 상징물 자리를 놓고 이전이 논의된 바 있다.

시민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분분하다. 전문가와 시민으로 구성된 광화문포럼이 2017년 20세 이상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두 동상을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69.5%였다. 그러나 광화문포럼에 참여한 시민 100명 중 46.6%는 동상의 자리를 재배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번 설계 공모의 심사위원장인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은 “심사위원단 내에서는 이순신장군상은 50년이 넘는 역사성이 있으니까 굳이 옮길 이유가 없고, 세종대왕상은 마치 광장이 세종대왕을 위해 있는 것처럼 크기나 위치에 문제가 있는 만큼 이전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이순신장군상의 높이를 낮추거나 세종대왕상의 기단부를 개방형으로 바꾸는 절충안이 고려될 가능성도 있다.

동상 이전 논란이 뜨겁자 시는 진화에 나섰다. 서울시 관계자는 “설계안의 경우 디자인과 효율적 공간 활용 측면에서 동상 이전을 제안한 것으로 확정되지 않았다”며 “연말까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설계를 구체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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