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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미세먼지 탈원전 책임론의 진실

입력
2019.01.23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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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논란이 미세먼지로 옮겨붙었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으로 국민 불안과 불편이 가중되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탈원전 정책이 미세먼지를 더욱 악화시킨다”며 정부를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두고 다수 언론이 ‘팩트체크’에 나섰지만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언론사마다 이용하는 통계 자료의 내용과 범위가 다르고 결론도 제각각이기 때문일 것이다.

탈원전이 미세먼지 증가를 촉발했다는 주장의 진위를 밝히려면 세 가지를 따져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미세먼지 문제가 더 심각해졌는지, 탈원전 탓에 원전 발전량이 감소하고 석탄 발전량이 증가했는지, 그리고 발전 부문 미세먼지 배출량은 증가했는지다. 셋 중 하나라도 성립하지 않는다면 탈원전 책임론은 정당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첫째, 문재인 정부 들어 미세먼지 문제가 더 심각해졌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오’다. 에어코리아에 공개된 지난해 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1년 전보다 10% 가까이 줄었다. 특히 서울시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최근 3년간 하락하면서 1995년 공식 측정을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된다.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경기 지역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전년 대비 각각 13.7%와 7.4%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연평균 농도가 낮아졌음에도 왜 국민 대다수는 미세먼지가 과거보다 심해졌다고 느끼는 걸까. 그건 몇 년 전부터 공기 확산과 흐름을 방해하는 대기 정체 현상이 자주 나타나면서 시야를 뿌옇게 흐릴 정도의 ‘고농도’ 발생 횟수도 함께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가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점을 앞당기는 등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억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둘째, 탈원전 정책 탓에 원전 발전량이 감소했는가. 그렇지 않다. 탈원전 때문에 원전 발전량이 급감했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2016년 이후 원전 발전량이 감소한 것은 원전의 부실시공 실태가 드러나면서 원전을 멈춰야 하는 예방정비 일수가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고리 3ㆍ4호기, 영광 한빛원전 1∼6호기 등에서 격납건물 철판 부식, 콘크리트 공극 등이 확인되었는데, 한빛 4호기에서는 증기 발생기 내부에서 버려진 망치가 발견되기도 했다.

탈원전으로 석탄 발전량이 증가했다는 것도 사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다. 2017년에 석탄 발전량이 증가한 것은 과거 정부에서 인허가가 완료된 석탄화력발전소 11기가 가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2012년 10월 착공해 2017년 12월 준공한 국내 최대용량(1050MW) 석탄화력발전소 태안화력 9ㆍ10호기가 대표적인 예다. 현재 건설 중인 7기도 이명박 정부에서 수립해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확정했던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산물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셋째, 발전 부문에서 미세먼지 배출량이 증가했는가. 환경부의 굴뚝자동측정기기(TMS) 측정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석탄 및 LNG 발전소의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연평균 9.8%가량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석탄발전소 배출량은 전년 대비 15.2% 줄었다. 노후 발전소 조기 폐지와 봄철 가동중단, 출력 제한, 방지시설 개선 등 적극적인 저감 대책이 시행된 결과다. 올해 4월 유연탄과 LNG 세제개편이 시행되고 환경급전이 도입되면 석탄발전소 미세먼지 배출량은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미세먼지 발생을 탈원전 탓으로 돌리는 것은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잘못된 진단은 사회적 에너지를 분산시켜 미세먼지 줄이기를 더 어렵게 만든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 증가가 석탄 감소로 이어진 사례가 없다. 원전과 석탄은 에너지 낭비 사회의 굳건한 동반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안병옥 고려대 OJERIㆍ환경생태공학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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