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본부 행정관 출입문에 설치된 잠금장치의 모습. 행정관 출입문엔 총 28개의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다. 오세훈 기자
서울대 행정관 출입문 옆에 놓여진 나무판자. 서울대는 나무판자를 사용해 출입문을 추가로 고정하기도 한다.

얼마 전 ‘서울대 기부자 명예의 전당’을 구경하러 서울대 본부 행정관 1층을 방문한 대학생 신모(24)씨는 깜짝 놀랐다. 출입문에 잠금 장치가 너무 많이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많은 정도가 아니라 학생이나 교직원들이 이런 저런 일로 수시로 드나드는 학교 건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신씨는 “대충 세어 봐도 출입문에 붙은 잠금 장치가 20개는 넘어 보였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22일 갈등의 상징으로 흉물이 되어버린 서울대 행정관 잠금 장치를 빨리 제거해야 한다는 학내 여론이 일고 있다. 여기에는 물론, 학생 징계조치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포함되어 있다.

행정관은 기획과, 학사과 등 서울대 행정을 책임진 주요부서가 위치한 건물. 이 건물 출입문에 달린 잠금 장치는 무려 28개다. 그래도 불안했는지 출입문 옆에는 문을 고정할 때 덧대어 쓰라는 용도로 나무 판자도 하나 가져다 놨다. 학생, 교직원은 물론, 서울대를 찾은 방문객들도 절로 눈살을 찌푸렸다.

원래 행정관 출입문 잠금 장치도 다른 건물과 마찬가지로 위, 아래 한 개씩이었다. 하지만 2016년 시흥캠퍼스 설립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행정관 점거 농성을 벌이면서 잠금 장치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시 학생들은 톱과 그라인더까지 동원, 잠금 장치를 자르고 2017년 3월까지 무려 150여일 동안 행정관을 점거했다. 서울대 시설지원과 관계자는 “학생들이 자꾸 행정관을 점거하려고 해서 보강 차원에서 추가로 설치한 것”이라며 “얼마 전까진 체인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 뒤 1년 8개월 정도 지났지만, 출입문 잠금 장치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 2011년 이후 서울대 행정관 점거 농성은 모두 세 차례였다.

이 때문에 학내에서는 행정관 잠금 장치가 서울대의 ‘트라우마’ 같은 것이란 말도 나돈다. 서울대는 행정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학생 12명에게 무기정학 등 중징계를 내렸지만,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은 “징계 절차에 하자가 있다”며 징계처분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서울대는 이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서울대 대학원생 권대선(26)씨는 “침입 방지 효과는 있겠지만 미관상 엉망진창인데다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면서 “문을 걸어 잠그기보다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정근 서울대 총학생회장도 “점거 농성 당시의 잠금 장치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은 학생과 학교간 상호 신뢰 부족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총학생회 차원에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측은 “신임 총장 등 새 집행부가 오게 되면 제거 여부 등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기자 comingh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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