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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자기 명의 대포통장에 들어온 사기피해금 꺼내 쓰면 횡령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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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자기 명의 대포통장에 들어온 사기피해금 꺼내 쓰면 횡령죄”

입력
2019.01.22 13:37
수정
2019.01.22 19: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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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전화금융사기(보이스 피싱) 조직에 자기 명의 대포통장을 빌려 준 다음, 이 계좌에 들어온 보이스 피싱 피해자의 돈을 꺼내 썼다면 이를 횡령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여모(64)씨 상고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에 돌려보냈다.

여씨는 2016년 8월 “통장명의를 빌려주면 신용도를 높여 1,000만 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주겠다”는 부탁을 받고 사용 중이던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얼마 뒤 여씨 통장에는 보이스 피싱에 속은 피해자 3명 이름으로 약 120만원이 들어왔고, 여씨는 이 돈을 인출해 자신의 사무실 임대료 등에 썼다. 이와 별도로 여씨는 2016년 11월 면허 없이 화물차를 운전하다 행인을 치어 전치 6주 부상을 입힌 혐의도 받았다.

1심은 횡령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 여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횡령죄의 본질은 신임관계에 기초해 위탁된 다른 사람의 물건을 위법하게 취득하는 데 있는데, 여씨와 보이스 피싱 피해자는 횡령죄 처벌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관계라고 보기 어렵다”며 횡령 혐의를 무죄에 봤다. 보이스 피싱 피해자가 여씨에게 정식으로 위탁한 돈이 아니었기 때문에,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을 처벌하도록 하는 횡령죄로는 의율할 수 없다는 뜻이다. 결국 2심은 전자금융거래법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월 형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앞서 지난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포통장에 입금된 사기피해금은 통장 주인이 돌려줘야 하고, 돌려주기 전까진 ‘보관하는 지위’에 있어 이를 챙길 의도로 인출해 쓰면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여씨는 자신 계좌에 피해자 명의로 송금된 돈을 사용했으므로 횡령죄가 성립한다”면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돌려보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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