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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오토칼럼] 자동차 관련 분쟁해결 전문기관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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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오토칼럼] 자동차 관련 분쟁해결 전문기관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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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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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키과 달리, 일반 도로에서는 분쟁이 참으로 많다.
서키과 달리, 일반 도로에서는 분쟁이 참으로 많다.

우리 가계에서 자동차는 집 다음으로 고가의 자산인 동시에 지속적으로 유지관리비용이 투입되어야 하는 소비재다. 그리고 자동차는 ‘1톤이 훌쩍 넘는 질량’으로 ‘사람의 생명을 싣고 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물체’라는 점에서 인명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위험한 물건’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는 일반적인 공산품과 법적으로 달리 취급해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큼에도, 우리 법에서는 등록과 세금, 보험에 관한 내용을 제외하면 자동차도 다른 공산품과 사실상 동일하게 다루고 있다.

특히 자동차 결함, 자동차 정비, 중고차 매매 등에 있어서의 분쟁은, 소비자가 그 원인이나 내용을 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분쟁해결을 담당할 법원이나 검찰, 그 밖의 행정기관 담당자들 조차도 그 내용을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이는 분쟁의 신속하고 합리적인 해결을 방해하는 장애요소로 작용한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차주가 야구방망이로 자신의 차량을 부순 사건은 그러한 어려움을 단적으로 드러내 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실제 자동차의 결함이나 정비사의 정비과실이 문제가 된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재판부로부터 ‘나는 이 사건을 잘 모르겠으니 필요하면 감정신청을 하시라’는 얘기를 대부분 듣게 된다. 그래서 재판부에 그 내용을 좀 더 상세히 설명하려고 해도, 사건을 이해하려는 노력 대신 ‘나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라는 말 한마디로 감정인에게 모든 판단을 미룬다.

그런데 최신 차량들의 경우 제조사만이 갖고 있는 노하우나 기술적 특성이 녹아 있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에, 특히 수입차에 대해서는 감정인 조차도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두루뭉술하게 감정 의견을 내는 경우도 많다. 사건의 결론을 내야 할 법원은 감정인에게 판단을 미루고, 감정인은 수백만원의 감정료를 받고서도 정확한 감정 의견을 내놓지 못하다 보니 결국 그에 따른 불이익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일명 ‘한국형 레몬법’이라 불리는 개정 자동차관리법에서 신차의 하자에 대해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라는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 신차의 교환이나 환불 여부에 관한 중재를 전담하게 하고 있는 것도 위와 같은 어려움을 해소하고 분쟁의 신속한 해결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는 신차의 교환이나 환불 중재 신청 사건만을 다룬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자동차와 관련한 분쟁은 신차 결함 분쟁 외에도 정비과실에 관한 분쟁, 중고차 매매와 관련한 분쟁 등 다방면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 해결을 위해서는 자동차의 세부 구조나 기능 등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수반되어야 하는 경우가 다수이므로 신차에 관한 분쟁과 다를 것이 전혀 없다.

건설분쟁, 의료분쟁 등도 해당 분야 전문가의 전문지식과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자동차 관련 분쟁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데, 건설분쟁의 경우 ‘건설분쟁조정위원회’,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분쟁 해결이 가능하고, 의료분쟁의 경우에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통한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자동차분쟁은 법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소송을 통한 분쟁해결에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야 하고, 법원의 판결을 받기까지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소비자는 사실상 피해 구제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동차 관련 분쟁도 건설분쟁이나 의료분쟁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독립된 분쟁해결기관을 통한 신속하고 합리적인 분쟁해결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시행되는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의 관할 영역을 신차 관련 분쟁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자동차 관련 분쟁 전반으로 확대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 제하 변호사 강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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